한창 교복입은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종종 보여야 할 날씨 좋은 가을이지만 그런 모습은 매우 드물었다. 고등학생들이나 간간히 보이지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은 거리에서 보기가 상당히 힘들다. 아무튼 그나마 몇명 안되는 학생들은 모두 춘추복을 입고 등교하곤 하는데, 생각해보면 아직도 교복을 입는 것이 대부분의 학교에서 필수라는 것이 상당히 의아하다. 내가 교복을 입던 시절에는 사실 아무 생각 없이 입곤 했지만 획일적인 복장이 가져다주는 장점보다 단점이 얼마나 큰지 그 때는 알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리영희 선생님의 '우상과 이성'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형식이 획일적이면 그 속에 담겨있는 생각과 사상도 획일적일 수 밖에 없다. 제복이라는 것이 어떤 정체성을 나타내기 위한 상징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교복은 그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학생임을 나타낸다. 생각건데, 학생이라는 신분이 우리 사회에서 외부적으로 표출되어야 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힘들다. 학생이라는 것이 교복을 통해 표현되는 것으로부터 이득을 보는 사람은 학생들을 관리해야 하는 선생님들이나 학교, 정부정도밖에 없을 것이다. 학생들은 교복을 입음으로써 사회의 다른 구성원으로부터 구별되고 특별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관리가 중심 목적이라면 오히려 더 관리가 필요한 초등학생들은 왜 교복을 입지 않는 것인지 의아하다. 한편, 교복을 입게되면서 나타나는 단점은 명확하다. 학생이 자유롭게 자기 개성을 옷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표출할 수 없고, '학생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무언의 사회적 압박이 교복을 입는 내내 따라다니며, 획일주의와 집단주의 사고방식이 은연중에 학생들의 의식속에 자리잡게 된다는 것이다. 교복을 입는 것이 오히려 옷을 더 마련하지 않아도 되므로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거나 학생간 빈부격차를 드러나지 않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지만, 교복으로 몇십만원 쏟아붓고 있는 마당에 교복이 경제적이라는 생각을 하는 소비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며 학생간 빈부격차는 교복을 입어도 주변 액새서리를 통해 드러나게 되어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장점은 없고 단점만 많은 획일적인 교복은 그 착용을 지속해야 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몇년 전에는 획일주의 시스템을 택한 것이 하나 더 있었는데, 바로 국정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역사교육의 중요성은 사실 누가 특별히 강조하지 않아도 될만큼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다. 역사는 공동체의 모든 것의 뿌리가 될 만큼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예로부터 권력자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역사관을 국민들에게 세뇌시키기 위해 많은 수정과 조작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결국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또 역사라는 것이 매우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고 오히려 그 다양한 관점들을 통해 진정한 역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는 민주화시대 이후 국정 역사교과서 대신 민간에서 역사교과서를 만들고 교육부에서 그것을 검정하는 식으로 변화하였다. 그런데 2014년에는 오히려 역사의식을 바로잡아야한다는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검정교과서 체계를 국정교과서로 바꿔버린 것이었다. 당시 국민들의 상당한 반발을 불러일으킨건 당연하다. 진정으로 올바른 역사의식은 어떤 정해진 텍스트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다양하고 많은 역사적 사실들과 그에 관련된 해석을 통해 비로소 드러날 수 있는 것이다. '우상과 이성'에서의 말을 인용하자면 옳은 것은 정당화가 필요하지 않다. 그 자체로 옳은 것이다. 국정 교과서를 통해 정당화될만한 역사라면 그것을 옳은 역사라고 볼 수 있을 것인가. 지금 생각하니 정말 황당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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