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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쎄이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가질 수 있는 권리

by Major Tom 2020. 9. 10.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당황한 어머니는 그의 뒤를 쫓으며 애써 말리려 했지만 이미 몸은 어른만큼 자란 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마치 어머니를 피해서 들어온 것 같았던 그는 2명은 자고 있고 한명은 비즈 십자수를 맞추고 있었으며 다른 한명은 창밖을 바라보며 앉아있었고 마지막 한명은 조용히 인강을 듣고 있었던 그 고요한 공간의 정적을 깨뜨렸다. 들어오자마자 그는 물건들을 쓰러뜨리기 시작했다. 하마터면 찢길 뻔했던 달력은 다행히도 아직 9월을 표시하고 있다. 달력을 지나 그가 당도한 곳은 바로 화이트보드. 그곳에 있던 보드마카 하나를 창 밖으로 집어던졌다. 아직 영롱한 검정색 잉크를 가지고 있었던 젊은 보드마카는3층 창 밖으로 떨어져 아무도 집을 수 없는 곳에 이르고 말았다. 나는 그가 내 근처로 올까봐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러진 않았다. 내 근처로 온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그는 뒤이어 색연필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그림을 꾸겼다. 계속해서 죄송하다고 외치는 그의 어머니는 마침내 그를 이 공간의 밖으로 데려가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그와 그의 어머니 외에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그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무책임했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변명을 하자면 해당 상황에 대해 나보다 더 잘 대처할 수 있는 전문가 2명이 현장에 있었고 발달장애인이 흥분했을 때 오히려 화를 내거나 힘을 주어 제압하는 것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았다. 오늘 들었던 미국 소식 중에 하나는,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던 한 사람을 경찰이 제압하는 과정에서 목이 졸려 사망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아직까지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많은 정황 증거들과 당시 경찰의 바디 카메라 등은 경찰이 많은 확률로 그를 죽였을 것임을 추정할 수 있게 해준다. 당시 상황을 라이브로 담은 목소리를 들었는데 (팟캐스트니까 영상은 나오지 않았다), 딱 봐도 통제가 되지 않는 발달장애인을 억지로 제압하려다보니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이 눈에 훤히 보였다. 나도 사람인지라 발달장애인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때 화도 나고 억지로 내 마음에 드는 방식으로 행동하게 하게끔 하고싶을 때가 있다. 또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나의 부적절한 충동을 막아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들은 그들도 인간이라는 것, 나에게는 이미 어른이 된 그들의 말과 행동을 그들의 의사에 반하여 컨트롤 할 권리가 없다는 것, 정신적으로 더 온전하다는 것이 그들 위에 설 권리를 부여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나의 감정과 행동을 컨트롤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