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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5

복무를 마치고 장애인복지관을 떠나며 2019년 1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정신없던 대학 생활을 뒤로하고 신속하게 군 입대를 했다.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해 4급 판정을 받고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게 되었고 내가 22개월간 근무할 장소는 바로 장애인 복지관이었다. 장애인 복지관을 선택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냥 경쟁률이 가장 낮았기 때문. 2.5:1 이었던 경쟁률. 빠르게 군대에 가고 싶었던 나에게는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선택했고 바로 붙었다. 사회복무요원들이 한번에 선택한 곳에 가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에 상당히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장애인복지관에서 내가 맡은 일은 발달장애인 프로그램 지원이었다.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들 10명 가량이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세시 반까지 복지관에 와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데 발달장애인들이 그 프로그.. 2020. 11. 3.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가질 수 있는 권리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당황한 어머니는 그의 뒤를 쫓으며 애써 말리려 했지만 이미 몸은 어른만큼 자란 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마치 어머니를 피해서 들어온 것 같았던 그는 2명은 자고 있고 한명은 비즈 십자수를 맞추고 있었으며 다른 한명은 창밖을 바라보며 앉아있었고 마지막 한명은 조용히 인강을 듣고 있었던 그 고요한 공간의 정적을 깨뜨렸다. 들어오자마자 그는 물건들을 쓰러뜨리기 시작했다. 하마터면 찢길 뻔했던 달력은 다행히도 아직 9월을 표시하고 있다. 달력을 지나 그가 당도한 곳은 바로 화이트보드. 그곳에 있던 보드마카 하나를 창 밖으로 집어던졌다. 아직 영롱한 검정색 잉크를 가지고 있었던 젊은 보드마카는3층 창 밖으로 떨어져 아무도 집을 수 없는 곳에 이르고 말았다. 나는 그가 내 근처로 올.. 2020. 9. 10.
초등학교 3학년 때 만났던 발달장애인 친구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났다. 내 인생에서 별로 크게 중요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초등학교 3,4학년 때 우리 반에 있었던 발달 장애인 한명 - 지금에야 발달 장애인이라는 것을 알지 그 때는 몰랐다 -.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다른 친구들의 이름은 별로 기억나지 않아도 그 친구의 이름은 이상하리만큼 선명하게 기억속에 남아있다. 내가 그 친구의 도우미였거나 특별히 말을 걸거나 하지도 않았다. 그냥 그 때 주로 하던 생각은 불쌍하다 정도였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발달 장애인들을 일부러 특수 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비장애인 중심 학교라고 쓰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에 같이 넣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장애인이라고 특별히 다른 학교에 다녀야 할 이유는 없.. 2020. 5. 24.
추격전 지나가는 사람을 툭툭 치고 가는 습관(?)이 있는 발달장애인 한 분이 우리 복지관에 있다. 나도 초기에는 많이 맞았다(?). 지금까지 1년간 분석한 바에 의하면 이 분은 본인이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을 때, 즉 스트레스를 받을 때, 혹은 새로 만난 사람이 자신에게 행동을 제안하거나 명령할 때 그에 대한 반응으로 그렇게 하는 것 같다. 아직까지 아예 모르는 사람을 건드리는 것은 보지 못했다. 그 분이 건드렸을 때 가장 좋은 반응으로는 무관심이다.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던 길 걸어나가면 건드리는 횟수가 점차 줄어든다. 눈에 안띄는 정도로 천천히 줄어들기는 한다. 왜냐하면 나의 경우는 반년정도가 걸렸기 때문이다. 이 분은 건드리기 전 준비동작이 있는데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이 준비동작을 파악할 .. 2020.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