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에세이10

두 사람 오늘도 그는 나에게 식권을 건네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항상 구겨진 채로 오른쪽 주머니에서 식권이 나온다. 식권을 건네주는 손은 자꾸 물어뜯어서 그런지 맨날 까져있다. 식권이 필요없는 날에도 무조건 식권을 나에게 가지고 온다. 어쩌다 한번 다시 돌려주려고 하면 강하게 거부한다. 물론 말은 못해서 행동으로 거부를 표현한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식권이 내 자리에 있는지 체크하러 온다. ‘식권 건네기’ 작업이 끝나면 ‘옆 교실 들어다보기’를 실시한다. 옆 교실에서 하고 있는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항상 감시하는 듯하다. 문이 열려도 굳이 들어가려고 하지는 않는다. 본인이 이제 그곳 소속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벌써 그와 만난지 1년 반이 넘어가는데 이런 루틴은 절대 변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2020. 7. 24.
쳇바퀴 도는 삶도 역동적인 삶인 이유 일상이 맨날 똑같고 새로울 것 하나 없는 그런 생활을 쳇바퀴 도는 삶이라고들 한다. 쳇바퀴가 돈다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햄스터가 쳇바퀴 속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는 모습. 자기 딴에는 마치 우리 런닝머신 달리듯이 열심히 뛰면서 운동하거나 즐기고 있는 것일텐데 인간들은 오히려 그런 삶을 부정적인 삶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햄스터는 얼마나 억울할까. 쳇바퀴 도는 삶이라는 말이 가지는 부정적 분위기의 타당성을 따지는 것은 나중에 하도록 하고, 지금의 나는 이 말을 그냥 관습이 시키는 대로 부정적으로 사용하련다. 요즘 내 삶이 쳇바퀴 도는 삶인 것 같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출근하고, 인강듣고, 점심먹고, 또 인강 듣고, 퇴근하고, 야구보고, 자고. 특별히 약속이.. 2020. 7. 8.
요즘 뭐하고 살아? 2년 전까지만 해도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살았다. 거의 외향형 인간처럼 살았다. 내 주변에서는 요즘 MBTI 검사를 많이 하는데 그 때 MBTI를 측정했으면 아마 지금과 같은 I가 아니라 E가 나오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그렇지만 작년 1월부터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완전히 끊고 살았는데, 그냥 새로운 사람을 만날 힘도 없었지만 누굴 새롭게 만나도 그저 "아 나는 그냥 복무하고 있지"라고밖에 대답할 거리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간만에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 "요즘 뭐하고 살아?"라는 질문이 된다. 내 딴에는 그냥 휴대폰 화면을 아래로 슥 스와이프 해서 새로 정보를 불러오는 수준의 간단한 작업일 뿐이었지만, 그렇게 느끼지 않는 사.. 2020. 6. 7.
초등학교 3학년 때 만났던 발달장애인 친구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났다. 내 인생에서 별로 크게 중요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초등학교 3,4학년 때 우리 반에 있었던 발달 장애인 한명 - 지금에야 발달 장애인이라는 것을 알지 그 때는 몰랐다 -.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다른 친구들의 이름은 별로 기억나지 않아도 그 친구의 이름은 이상하리만큼 선명하게 기억속에 남아있다. 내가 그 친구의 도우미였거나 특별히 말을 걸거나 하지도 않았다. 그냥 그 때 주로 하던 생각은 불쌍하다 정도였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발달 장애인들을 일부러 특수 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비장애인 중심 학교라고 쓰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에 같이 넣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장애인이라고 특별히 다른 학교에 다녀야 할 이유는 없.. 2020.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