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참 볼게 없다고 느끼면서도 종종 엄청난 드라마들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 같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퀸스 갬빗도 그냥 볼거 없어서 뒤적거리다가 발견했다. 올해 10월 23일날 나왔으니까 나온지 얼마 되지는 않은 것 같다.
퀸스 갬빗
퀸스 갬빗은 체스의 한 전략 중 하나다. 이름에서부터 "나는 체스를 소재로 하고 있어요" 말해주고 있지만 체스가 포인트라기보다는 체스를 두는 주인공이 포인트이다. 총7부작으로 구성되어 있고, 한편에 1시간 정도의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다. 원래는 20분짜리 러닝타임으로 짧게 구성되어 있는 미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 드라마는 상당히 몰입감 있는 편이라서 1시간도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이다. 넷플리스 오리지널이다보니 넷플릭스 측에서의 공격적인 홍보 지원을 받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오리지널 시리즈 보고 실망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저번에 '보건교사 안은영'도 재미있게 봤었던 기억이 있다. 요즘 나오는 오리지널의 특징인지 아니면 원래 오리지널 시리즈의 특징이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7화 정도로 그렇게 길지 않게 구성하는 것 같다. 비밀의 숲이나 나의 아저씨 같은 한국 드라마들이 1시간 10-20분의 러닝타임과 함께 적어도 15화 이상 정도로 구성되는 것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짧다. 퀸스 갬빗의 경우 개인적으로 7화 정도로만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주 적절했고 더 길어졌으면 아마 지루해지거나 불필요한 장면들이 많이 들어가게 됐을 것 같다.
간단하게 말하면 보육원에서 자란 천재적인 소녀가 체스를 배워서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는 줄거리이다. 너무 뻔할 것 같은데도 그렇지 않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지만 드라마가 우리가 흔히 예상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예를 들면 A라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전형적으로 B라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까 예측하지만 대부분 예상이 빗나가곤 했다. 예를 들면 1950년대 체스계에 여성 플레이어는 없다시피 했기 때문에 차별이 일어나는 사건이 있지 않을까 싶겠지만 매우 자연스럽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의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가 이렇게 전형적인 스토리라인을 탈피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스토리라인을 탈피할 때 아주 미묘하게 우리가 예상하는 것과 다르게 흘러가는, 그런 일종의 줄타기를 하는 것 같은 연출이 특히 더 인상깊었다. 근데 또 막상 영화의 결말은 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차마 결말까지는 독특하게 꼬지 못했던 것 같다.
주인공 역을 맡으신 분 (안야 테일러조이)이 너무 매력적이셨던 점도 드라마에 빠져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 주인공이 체스를 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이므로 스토리에서 주인공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주인공이 연기가 매우 뛰어나다. 특히 표정연기를 진짜 잘한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의 감정변화와 생각변화가 이 드라마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배우의 표정연기와 행동연기가 매우 중요해지는데, 개인적으로 정말 완벽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포스터에도 보이지만 눈에서 나오는 그 포스가 굉장하다. 이 사람이 배우가 아니라 체스 천재인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체스가 주요 소재가 되는 드라마. 다만 체스를 알지 못해도 전혀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다. 체스는 수단일 뿐이고 주인공의 심경변화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체스판 자체를 보여주는 장면은 많이 없다. 그냥 척 척 척 척 두고 게임 끝. 게다가 주인공인 체스 천재라서 그런지 게임도 항상 빨리 끝내고 나온다. 다만 체스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는 한다. 최근에 나도 체스 한번 해보겠다고 아이패드에 체스 게임을 깔기도 했다. 물론 몇번 하다가 말았지만 (...)
넷플릭스 드라마들이 다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여성이나 흑인, 소수자들의 비중이 커진 것 같다는 느낌이 물씬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를 진행하는 데 어색하다거나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매우 자연스럽다는 것이 이 드라마에 높은 평가를 줄 수 있는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일부 할리우드 영화같은 경우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크게 부각해서 오히려 스토리라인까지 망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어떤 성별을 가지고 있는지는 전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본다면 이상한점조차 못 느낄 수도 있다.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남성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들이 점차 그 비중을 적절하게 조절하면서도 성공하는 사례를 많이 남기고 있다는 점은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출연진이 다양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영화·드라마의 분위기나 감정선, 강조포인트들 역시 다양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래서인지 예전과는 다른 신선한 느낌이 많이 든다. 줄거리도 전형적이지 않다고 위에서 이야기했었는데 출연진이 다양성을 가지는 게 스토리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뭐 이건 증명된 것은 아니다.)
아무튼 여러모로 높은 평점을 주고 싶은 드라마다. 7화밖에 없는 것이 아쉬우면서도 아쉽지 않다.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고 내용이 상당히 알차고 전개도 생각보다 빠르다. 눈물 찔끔 나는 감동 포인트들도 종종 있고 주인공의 흥에 따라 나도 같이 몸을 들썩이는 장면도 있었다. 마지막 장면까지 마치고 침대에 누웠을 때 와 진짜 잘만들었다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별점: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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