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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씨의 서울시장 출마, '정권심판'을 넘어 더 큰 비전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by Major Tom 2020. 12. 20.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2월 20일 오전 11시, 2021년 4월에 치뤄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안철수씨가 처음 정치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한 이후 치뤄진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부터였다. (그 전에도 정치활동을 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그를 처음 보게 된 것은 그 때였다.) 당시 야권이었던 민주당의 후보로 나왔던 인물이 박원순씨였고, 박원순씨랑 안철수씨가 모두 출마하게 되면 표가 분산되어 당시 여당이였던 한나라당의 후보가 이길 위기에 있었다. 안철수씨는 결국 박원순씨랑 단일화를 하고 결국 박원순씨가 그 후 10년 동안 서울시장으로서 활동했다. 

안철수씨의 정치스토리는 그 떄부터 꼬인듯하다. 2014년 대선에 출마했지만 다른 후보들에 비해 특별한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2016년 지방선거가 있을 때 국민의당을 창당하여 꽤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며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하는 제3당을 이끌게 되며 정치세력을 넓히는 듯 했으나 제3당으로서의 새로운 모습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고 당내에서의 세력싸움이 격화되며 결국 당은 이합집산하였다. 안철수씨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정치권에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영향력이나 세력은 미미한 편인듯 하다. 

 

출처: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75026.html

 

그런 그가 다시 서울시장으로 출마한다고 한다. 현재 야권에는 표를 결집할 수 있는 눈에 띄는 인물이 없는 상황이고 그나마 윤석열 검찰총장이 야권의 스타로 거론되고 있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검찰총장이고 정치에 나올지 안나올지도 아직 모르며 한때 국정농단 사건 처리의 기수로서 활동하며 여권의 지지를 받았던 그가 야권에서 대표로 선다는 것은 아직까지 상상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씨가 야권의 주자로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안철수씨가 이번 보궐선거에서 우세를 점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그가 이번 출마를 선언하며 발표한 출마선언문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꼭 제 손으로 정권교체를 이루어 이 정권의 폭주를 저지하고 무능을 바로잡아, 분열과 증오가 아닌 하나 된 대한민국, 과거를 파먹고 사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미래로 가는 대한민국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고 싶었습니다…그래서 저는 오늘, 결자해지의 각오와 서울의 진정한 발전과 혁신을 다짐하며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에 출마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75026.html

그가 자신의 출마선언 이유로 밝히는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향후 대선을 판가름할 주요한 교두보이기 때문에 현 정권의 폭주를 저지하고 무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인이 서울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여 적극적으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현 정권을 저지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수동적인 태도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현재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내세운 것들만 봐도 그렇다. 

제대로 된 원칙 그리고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실용과 문제해결의 정신이 있다면 당면한 서울의 과제, 반드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강력한 방역과 빈틈없고 확실한 보상을 통해 저, 의사 안철수가 코로나19 확산 빠른 시일 내에 확실히 잡겠습니다.방역의 주역인 의료진과 국민들의 협조 속에서 방역체계를 완비하고 충분한 의료역량을 확보하겠습니다. 부동산시장을 정상화시켜 주거의 꿈을 되살리고, 세금 폭탄은 저지할 것입니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고 주거 복지도 강화하겠습니다. 무엇보다 국민의 희생과 고통을 강요하는 정치 쇼는 반드시 척결하겠습니다.”

원문보기: 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75026.html

‘제대로 된 원칙, 그리고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실용과 문제해결의 정신’이 서울시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건 일을 똑바로만 한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말처럼 아무 의미가 없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면 현 정권 혹은 이전 서울시장인 박원순씨의 정책과는 어떤 차별점을 두는 정책을 실현하겠다는 것인지, 부동산 가격을 적절히 조정하겠다면 어떠한 대안으로써 그것을 실현하겠다는 것인지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환경에 중점을 둔 그린서울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박원순씨 관련 사건을 반영하여 성인지감수성을 높이는 성평등한 서울시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아마도 그가 가장 잘 알법한 분야인 4차 산업혁명 관련 규제를 완화하여 세계를 선도하는 서울시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어떤건지를 출마선언문에 전혀 담고있지 않다. 그는 그저 정권교체를 위해, 현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 나온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정권교체를 막아야한다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비전이 없다면 굳이 그가 서울시장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세훈, 나경원 등 다른 야권후보들도 정권교체를 막는 역할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은 안되고 본인이 서울시장이 되어야 한다는 명확한 이유를 제시했어야 했다. 그의 정치적 입지를 생각하면 이는 더욱 중요하다. 안철수씨는 민주당 쪽도 아니고 국민의힘쪽도 아닌 제3자의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본인이 말하는 내용을 토대로 했을 때 안철수씨는 아마도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를 생각하고 있는듯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굳이 국민의힘 내부 사람보다 안철수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외부사람이고 또 새로운 비전조차 제시하지 못하는 이 사람을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선택할 것이라 보는 것은 너무 낙관적이다. 지지자들은 단일화가 되지 않는다면 굳이 이 사람을 지지할 이유가 아직까지는 없어보인다. 그가 당선되기 위해서는 중도층이나 현 정권에 실망한 여권 지지층, 그리고 국민의힘쪽 지지자들의 지지를 모두 받는 것이 중요한데, 그들을 설득할만한 특별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는 키워드는 안철수씨가 아니라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출마선언만 한 것이라서 특별한 비전을 구체화하지 못한 것일수도 있다. 그가 야권 단일화 후보가 되고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내년 4월이 되기 전까지 ‘정권심판’이라는 명분을 넘어 새로운 비전을 서울시민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안철수씨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