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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풍물놀이의 참재미는 뭘까?

by Major Tom 2019. 8. 28.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게된지 벌써 8개월 쯤 지났다.
한창 지루할만한 수요일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건 한시간 가량의 풍물시간

풍물놀이는 사실 중학교 때부터 해온 것이었으나, 제대로 기억에 남는건 별로 없다. 그냥 휘모리 장단이나 자진모리 장단처럼 장단의 이름들이 머리속에 가볍게 남아있을 뿐이다.

여기서도 완전히 제대로 배우지는 않지만 옛날에 배운 풍물놀이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 든다. 옛날에는 풍물놀이를 그저 시끄러운 소리의 조합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에는 풍물놀이에서도 화음이 들리는 것 같다. 꾕과리와 장구, 북, 징이 이루는 조화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풍물놀이의 진짜 매력은 화음에 있지 않다. 애초에 음이 달라질 수 없는 타악기들이니 음을 조절하는 것에서 매력을 찾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풍물놀이의 진짜 매력은 ‘신나는 분위기’에 있다.

풍물놀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보는 사람 하는 사람 모두가 즐겁게 흥을 돋우는 것이다. 음악 그 자체의 아름다움보다는 관객과의 상호작용, 연주자간의 상호작용에 집중하는 것이다. 현대음악이나 현대 극의 특징이 관객 참여적인 것이라는 말을 보통 하곤 하는데, 풍물놀이는 애초에 오래 전부터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런 거창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외에 풍물놀이는 스트레스도 풀어준다. 아무리 세게 때려도 찢어지지 않는 소가죽을 힘차게 두드리고 있으면 우울했던 점과 걱정거리가 사라지더라. 팔과 허리가 아프다는 생각만 하게된다 (...) 실제로 참여자들에게 풍물놀이 전후 기분을 물어보면 이전의 고민과 스트레스가 상당히 사라졌다는 평가를 얻을 수 있다. 홍대에서는 요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이 유행하고 있는데, 비싼 돈 내고 접시 깨뜨리는 곳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내가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이 지적, 자폐성 장애인들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풍물놀이는 이들의 기분을 나아지게 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물론 소리에 예민한 특정 자폐성 장애인 분들의 경우 풍물놀이 내내 북을 두드리는 시간보다 귀를 막는 시간이 더 많다. 언제나 100% 해답이 된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아무튼 풍물놀이의 참재미는 결국 상호작용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더라. 이 말은 풍물놀이에서 재미를 찾고 싶다면 다른 사람과 얼씨구~ 좋다~ 하면서 호응하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어쩌면 풍물놀이는 현대 사회의 끊어진 개인간의 연결고리들을 이어줄 수 있는 좋은 전통놀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