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제1조는 다음과 같다.
“이 법은…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공정히 행하여지도록 하고, 선거와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정말로 개정된 선거법은 민주정치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12월 20대 국회에서는 민의를 더 잘 반영하여 민주정치가 발전할 수 있도록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처음 제안한 선거법 개정안보다는 많이 후퇴했지만 이전 선거법에 비해 지지율과 선거 결과가 비슷해질 수 있도록 했다. 정의당을 비롯한 소수정당들의 국회 진입 가능성은 이전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21대 국회 총선에서는 선거법 개정안이 의도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소수정당의 절멸」
21대 총선결과는 다음과 같다: 더불어민주당/시민당- 180석, 통합당/미래한국당 - 103석, 정의당 6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 무소속 5석
여당이 180석이나 되는 의석을 차지한 것도 놀랍지만,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민주당과 통합당 양당의 의석수 합이 283석에 이른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무소속을 제외하면 소수정당의 의석수가 12석에 불과하다. 전체 국회의 4%이다. 지역구 선거에서는 정의당의 심상정씨가 소수정당 출신으로서 유일하게 지역구에서 겨우 당선이 되었다. 나머지 모든 소수정당 의석은 비례대표에서 나왔다. 소수정당은 21대 국회에서 절멸했다.
이 결과는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각 당이 비례대표 선거를 통해 획득한 표의 비율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은 각각 33% 가량 득표했고, 정의당은 9.6%, 국민의당은 6.7%, 열린민주당은 5.4%를 획득했다. 지역구 투표와 달리 비례대표 투표에서는 사표심리가 덜하다. 즉, 유권자가 선호하는 당을 그대로 찍었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비례대표 득표율은 민심을 거의 그대로 반영하는 셈이다. 이 비율대로라면 거대 양당은 각각 100석 가량, 정의당은 30석, 국민의당은 20석, 열린민주당은 15석 가량 가져가는 것이 맞다. 하지만 실제 총선의 결과는 각 당의 지지율과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다.
「제대로 개혁되지 못한 선거제도와 위성정당 창당 꼼수」
선거제도를 개혁했음에도 오히려 민의가 크게 왜곡되고 소수정당이 절멸하는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바로 개정된 선거법이 제대로 개혁되지 못한 까닭이오,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했기 때문이다.
선거법은 개정되었지만 의미있는만큼 개혁되지 못했다. 애초 선거법 개정안은 비례대표가 차지하는 비율을 늘리려 했고 비례대표 전체에 대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역구 중심의 선거제도가 유리한 거대 양당이 이에 반대하면서 이러한 시도는 좌절되었다.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던 선거법 개정안은 애초의 제안에서 크게 후퇴한 채 '준연동형비례대표제'라는 이해하기도 어려운 기이한 선거법이 되었다.
그럼에도 이 새로운 선거제도도 예전보다는 소수정당이 원내에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은 선거법 개정의 취지를 완전히 무력화시켰다. 거대 양당은 지역구 의석을 차지하고 거기에 대해서 위성정당을 이용해 소수정당 몫의 비례의석을 아무 제한없이 흡수했다. 그 결과로 거대 양당은 96%의 의석을 차지하게 되었다.
「민주주의를 위해 거대 양당은 책임져야 한다」
국회에서 한 석이라도 더 차지해 보겠다는 욕심, 여당의 자리를 빼앗겨서는 안된다는 집착이 제대로 된 선거제의 개혁을 막았고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해쳤다. 이전보다 더 심해진 양당제는 소수정당의 국회 진입을 더 가로막게 될 것이다. 잘못된 선거제도와 꼼수를 바탕으로 얻은 국회의 의석을 거대 양당은 국민이 준 정당한 힘이라고 생각하고 자만할 것이다. 국회가 다양성을 보장하지 못하고 거대 양당이 국회 의석수만큼 국민이 지지해준다는 환상에 갇힌다는 점에서 이는 분명한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할 수 있다. 양당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감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있다면 위성정당과 같은 꼼수를 금지시키고, 다양성을 보장하고 민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제대로 바로잡아야 한다. 이것은 민주주의를 외치는 정당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이고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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