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에 관한 책은 세상에 정말 많다. 내가 많은 책을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야바위게임'은 읽어본 책 중에 가장 불평등을 잘 설명하고 있는 것 같다. 일단 책 제목을 '야바위게임'이라고 적어놓은 것에서부터 저자가 불평등을 바라보는 관점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불평등은 결국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지배계층이 규칙을 입맛대로 정하고 사람들이 그 불평등을 받아들이게끔 교묘하게 조작하면서 근본적으로 '착취'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 규칙은 조작되어 있다.
불평등한 세상을 게임에 비유하는 저자는, 지배계층이란 게임의 규칙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행정수단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규칙은 물론 지배계층에 유리하게 구성되어 있다. 지배층에 적용되는 규칙이 일반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즉 불공정한 상황)을 설명하고 설득하고 믿게 하기 위해서는 이 일반 사람들을 '타자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너는 '백인'이 아니기 때문에, 너는 '남자'가 아니기 때문에, 너는 '이성애자'가 아니기 때문에, 너는 '자본가'가 아니기 때문에 등등 지배계층은 사람들을 타자화시켜서 규칙이 다르게 적용됨을 믿게 만든다.
- 정체성은 오히려 당신의 발목을 잡고 불평등을 유지시킨다.
타자화시킨다는 것은 정체성을 부여한다는 말과 비슷하다. 예를 들면 백인 노동자들도 낮은 임금으로 백인 자본가들에게 착취당하고 있지만 그들은 흑인보다 우월한 존재임을 인식시켜 "심리적인 임금"을 부여하는 것이다. 인종적인 정체성을 부여하고 성적인 정체성을 부여하는(남성/여성) 등의 방법으로 일반 사람들이 게임의 규칙에 순종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정체성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그 정체성이 보통 삶의 뿌리, 자기 자신의 근본 속성이 되고 그 정체성으로부터 나오는 혜택들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면 백인 노동자는 흑인 노동자와 함께 연합하여 처지를 개선하는 것이 맞으나, 백인임을 포기함으로써 잃게 되는 혜택을 걱정하면서 연합을 물리는 것이다.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는데 (예를 들면 남성은 남성으로서의 역할, 여성은 여성으로서의 역할, 흑인은 흑인으로서의 역할) 그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나는 일탈 행동을 할 경우 사회로부터 정체성을 부정당할 위험이 있다. 여성이 가부장제라는 게임을 선택하는 이유는 주어진 성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을 경우 생존에 필수적인 경제적 자원을 통제하는 자들이 등을 돌리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책임과 의무를 다하도록 자극하며 결국 약탈적 사회구조는 유지된다.
- 성공한 사람은 노력한 사람이다?
열심히 일하면 반드시 인정받고 공정한 보상을 받으리라는 믿음. 이런 믿음을 저자는 '성취 이데올로기(achievement ideology)'라고 불렀다. 이런 믿음은 특히 미국이나 한국에서 심한 것 같다.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은 그만큼 노력을 했으므로 그에 따른 보상은 공정한 것이라는 그 믿음. 하지만 저자는 이 성취 이데올로기가 불평등을 재생산하는데 기여한다고 말한다. 성취 이데올로기가 틀린 이유는 먼저 사람들이 동등한 자원으로부터 출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산층에서 적절한 교육환경을 제공받으며 성취한 학생과 빈곤층에서 생존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학생의 출발점은 다르고 동등한 자원을 제공받지도 못한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출발한 학생들에게 성취 이데올로기는 기만일 뿐이다. 둘째, 열심히 일해도 모든 사람이 딛고 올라갈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노력한 만큼 보상이 공정하게 주어진다면 모든 사람이 노력할 경우 모두에게 보상이 공정하게 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보상은 지배층에게만 머물러 있다. 이러한 성취 이데올로기는 불평등의 재생산에 기여한다. 조작된 게임을 정당하다고 규정지어 문제제기를 가로막고 개인의 실패를 개인 스스로 탓하게 만들어 내재화된 억압을 형성한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성공한 사람을 노력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인가?
매우 깔끔한 설명과 더불어 책 중간중간 가상의 이야기를 넣어 이해를 돕는다. 기존의 사고방식을 깨고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야바위게임' 이었다. 특히 '정체성'' 부분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나를 구성하는 정체성들이 사실 나의 더 나은 삶을 가로막는 족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정체성은 과연 누가 부여한 것인가? 나는 그저 나일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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