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인적으로 개인주의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공동체를 위하는 마음 없이 개인적인 이익에 따라 계산하고 간보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공동체에 대한 무분별한 비판으로 재기불능의 상태로 만들어놓는 일이나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 하던 모습들이 보기 싫었다. 나는 공동체가 우리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공동체가 부여하는 정체성이 개인에게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굳이 말하자면 '공동체주의자'이다. 이런 입장에서 '개인주의자 선언'이라는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이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개인주의자가 되는 것을 선언까지 하는건가' 싶었던 것이 사실이다.
개인주의에 대한 많은 오해를 바로 풀기라도 하는 듯 저자는 책 초반부터 개인주의가 사회를 거부하는 고립주의나 나 혼자 살겠다는 이기주의가 아니라는 설명을 한다. 본인을 '합리적 개인주의'라는 모습으로 정의하며 개인주의는 개인의 행복과 자유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관점에서 대한민국은 집단주의적 문화, 그리고 수직적인 서열화가 굉장히 강한 사회이다. 과도하게 집단을 중시하는 문화, 개인이 아니라 집단에 과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며, 급변하는 다층적 갈등구조의 현대사회에서는 특정 집단이 개인을 영원히 보호해주지 않으므로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며 전략적으로 연대하고 타협해야 한다. 그리고 그 주체는 개인이다.
합리적 개인주의에 대한 설명을 굉장히 깔끔하게 끝낸 그는 아무래도 공동체보다는 개인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공동체는 중요하지만 개인의 자유와 평등, 다양성이 존중되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므로 사실 개인주의자였을지도 모른다. 한 가지 인상깊었던 점은, 책 후반부로 갈수록 저자는 타인을 인식하고 공감하는 것, 그리고 개개인이 연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합리적 개인주의는 고립되어 나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혼자 사회를 살아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 (전략적으로) 연대하는 것을 지향한다.
본인을 냉정하고 시니컬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면서 그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을 선택하는, 최악을 피하고 차악을 선택하는 방법을 통해서라도 점진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비관주의가 아닌 낙관주의와 자신감을 이야기한다. 이런 부분은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개인주의자라는 정의를 깨뜨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 보수냐, 우리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 진보냐고 묻는 사회에서 문제 자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그냥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고 생각한 것이온데..."
개인주의자 선언 - 문유석
날카로운 분석이다. 개인을 범주화하여 판단하는 틀을 깨뜨려 생각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70억명의 개인이 있다면 이 개개인이 생각하는 것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간중간 이야기를 많이 섞어 두셔서 읽기는 굉장히 편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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