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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쎄이

코로나로 인한 베트남 하노이 여행취소

by Major Tom 2020. 3. 2.

원통하다. 2월 말에 베트남 하노이 여행이 예정되어 있었다. 에어서울로 표를 끊어놨었는데 에어서울이 우리 비행기를 비운항 처리해버렸다. 그 당시에 여행을 취소했으면 차라리 무료환불이라도 받고 여행 안가면 되는데, 그 당시 대구에서 코로나가 엄청나게 터지기 전이었으므로 (...) 다시 다른 항공사를 통해서 예약했다. 하지만 예약한 다음날부터 터지는 코로나 폭풍. 여행을 갈지 말지 고민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결국에는 여행을 취소했지만 비행기표는 하나도 환불을 못받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예약한 항공사에서는 비행기를 비운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가 예매했던 비행기만 뺴고 다른건 다 비운항했다. 하지만 이걸 누가 알 수 있었겠는가 (...). 막상 갔어도 마음편히 있지 못했을 것 같다면서 자위라도 하는 수 밖에 없다. 돌아오는 비행기가 없어지면 다른 항공편을 구해야하니 추가 비용은 불가피하고, 갔을때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호텔이 취소당한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었기 때문에 ‘어차피 갔어도 후회한다’는 정당화 생각을 제쳐두고서라도 실제로 만족할 만한 여행이 아니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할 수 있는 2번쨰로 안좋은 시나리오는 우리가 항공기에서 내렸을 때 발열이 생겨 14일간 격리당하는 케이스였고,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증상으로 입국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어 이제 막 코로나 위기에서 탈출한 베트남에 또한번의 골칫거리가 되어버리는 것, 즉 민폐행위이다. 가지 않았으니 이 중 어떤 시나리오가 전개되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날아간 돈이 아까운건 사실이다.

우스운 사실 하나는, 베트남 여행 전 비운항으로 항공기가 취소되어 무료 환불되길 기다리면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 심해졌으면 하는 마음이 문득 들었다는 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해져야 베트남 정부가 입국금지 조치를 내릴 것이고 그래야 항공사에서도 수지가 맞지않아 항공기를 취소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관계가 없을 때 할 수 있는 생각인 것 같다. 베트남 항공권에 걸려있는 20만원을 구해내고자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길 바라는 나의 모순적이고도 이기적인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단순히 베트남 여행 뿐만이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이 위기가 주식이 바겐세일 하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서는 안되는 것을 알지만 결국 인간보다 더욱 중요한건 돈이라는 생각이 나를 아직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철이 덜 든 것 같다. 확실한 것 한 가지는, 돈보다 사람을 앞세울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의 이익을 버리고 나의 이웃, 주민들, 그리고 시민들을 위해서 희생할 수 있는 인간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성인이 괜히 성인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성인(成人)과 성인(聖人)은 한글로는 같은 말이지만 한자로는 천지차이다. 한자 자체도 아예 다르다. 한자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미 나이를 먹어서 완전한 사람이 되는 것과 정신적으로 완전하고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이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