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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쎄이

추격전

by Major Tom 2020. 1. 31.

지나가는 사람을 툭툭 치고 가는 습관(?)이 있는 발달장애인 한 분이 우리 복지관에 있다. 나도 초기에는 많이 맞았다(?). 지금까지 1년간 분석한 바에 의하면 이 분은 본인이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을 때, 즉 스트레스를 받을 때, 혹은 새로 만난 사람이 자신에게 행동을 제안하거나 명령할 때 그에 대한 반응으로 그렇게 하는 것 같다. 아직까지 아예 모르는 사람을 건드리는 것은 보지 못했다.

그 분이 건드렸을 때 가장 좋은 반응으로는 무관심이다.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던 길 걸어나가면 건드리는 횟수가 점차 줄어든다. 눈에 안띄는 정도로 천천히 줄어들기는 한다. 왜냐하면 나의 경우는 반년정도가 걸렸기 때문이다. 이 분은 건드리기 전 준비동작이 있는데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이 준비동작을 파악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는 본인이 하던 동작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면서 망설이는 것으로부터 알 수 있고, 정신적인 것은 설명하기 힘들지만 대충 몸이 섬뜩해지는 것을 느낌으로써 이 사람이 나를 건드리려고 한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이 준비동작은 1-2초 정도(길면 4-5초) 지속되는데, 이 때 내가 빠른 속도로 도망가면 이 사람 역시 빠른 속도로 다가오면서 평소같으면 두 번만으로 끝날 터치를 5-6배 정도 늘리게 되는 당황스러운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오늘도 도망가다가 더 강한 강도로 10대 정도 맞았다 (...). 종종 이렇게 일년에 3-4번 정도 이 사람과 추격전을 펼치곤 한다.

이래서는 안된다는 마음으로 이 사람을 교정하려고 하는 사람은 보통 더 잦은 빈도로 터치를 당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첫째, 보통 교정하려고 하는 사람이 새로운 사람이기 때문이고 둘째, 교정하려는 목적 상 자주 명령이나 지적을 하게 되어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이 발달장애인분도 비록 발달장애라서 잘 드러나지 않지만 벌써 30살이 넘으셨다. 평생 가지고 있던 버릇을 쉽게 고치기는 분명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여러 발달장애인 분들을 1년동안 꾸준히 지켜봐왔는데 행동의 변화를 두드러지게 나타내는 사람은 굉장히 적었다. 물론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 변화가 크지 않았을 뿐이다. 특히 언어적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사람이라면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매우 힘들다. 그 행동이 왜 안되는 행동인지 설명하는 것을 알아듣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 사람의 행동을 특이하다거나 비정상적인 것이라서 교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것이 그 사람의 특수한 행동이고 자연스러운 행위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그 행동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면 그 행동이 안된다는 것을 확실히 알리는 것이 좋으나 그런 것이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이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