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를 손에서 놓은지 꽤 되었다. 오랜만에 내가 가지고 있던 사진기를 켜보았는데 배터리가 아예 방전되어서 켜지지도 않더라. 사진기를 손에서 놓은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사진을 찍을만한 새로운 공간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여행을 간다든가 산행을 한다든가 자전거를 탄다는 것도 전혀 없었다. 겨울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반강제로 여행이 취소되었기도 하다.
또 막상 일상생활을 찍으려니 그것도 쉽지 않다. 카메라를 수시로 들고다니는 것도 일이기 때문이다. 카메라가 아무리 가볍다는 미러리스 카메라라고 해도 가방에 넣고 다니면 무게로 체감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나는 부끄러움이 많다. 내가 사진찍고 있는 모습을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두려워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사실 뭐 아무도 신경쓰지 않겠지만 스스로 그렇게 움츠러드는 것이다. 막상 여행가면 그렇게 사리지도 않는데 왜 우리 동네에서만 오히려 움츠려드는지 잘 모르겠다.
요즘에는 그래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많이 찍어보려고 한다. 사진기로 찍으면 일일이 꺼내고 편집하고 사이즈도 줄이고 해야하지만 핸드폰 사진은 참으로 간편하다. 찰칵 찍고 드래그해서 글쓰는 곳에 넣으면 된다. 맥북을 쓰고 있어서 핸드폰과 연동이 잘 되는 것도 장점이다. 핸드폰 사진의 단점은 화질이 좋지 않다는 것 정도인데 어차피 웹으로 업로드 할 용도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2년 동안 같은 근무지에서 출퇴근해야 하는 나로서는 거의 항상 같은 코스로 출퇴근을 하게 된다. 이 다리는 강 위에 있는 다리는 아니고 1호선 위를 지나가는 다리이다. 그래서 종종 지하철이 다리 밑으로 지나가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또 이 다리의 장점은 노을이 예쁘게 지는 곳에 있다는 것이다. 우연찮게도 철도의 방향과 해가 지는 방향이 같아 의외의 장관을 연출한다. 종종 지친 마음으로 퇴근하는 길에 노을을 보면 예쁘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노을은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내가 퇴근하는 시간은 항상 6시로 정해져 있고 다리위를 지나갈 때 쯤 되면 6시 10분 근처인데, 해가 지는 시간은 계절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한겨울에는 보통 해가 먼저 져 있어 노을을 보지 못하고, 한 여름에는 너무 해가 아직 창창해서 노을을 보려면 한참 기다려야 한다. 결국 예쁜 노을을 볼 수 있는 것은 봄과 가을이다. 봄과 가을의 따스한 기온은 덤이다.
코로나 때문에 개학이 연기돼서 봄이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학교도 여전히 문을 닫았고 출근길 횡단보도를 건너는 수많은 어린이들도, 안전한 횡단보도를 위해서 아침마다 봉사해주시는 녹색어머니회 분들도(요즘에는 아버지들도 많이 참여하시더라) 아직 없다. 오직 달력의 날짜와 예쁜 노을만이 봄이 온 것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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