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11일 오후 2시, 66년이 지나고 나서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위헌 판결, 정확히 말하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습니다. 합헌도 위헌도 아닌 '헌법불합치' 판결에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무슨 판결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헌법불합치 판결은 위헌판결과 다름없지만 이번 기회에 위헌심판 절차에 대해 명확히 알아보도록 합시다.
- 위헌법률심판은 누가 하는 것일까?
대한민국에서 위헌법률심판은 오직 헌법재판소에서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11조: ①헌법재판소는 다음 사항을 관장한다. 1.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
미국의 경우 위헌법률 심판을 사실상 연방대법원이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형식 면에서 독일 방식을 따온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독일과 미국의 위헌법률심판 비교 | ||
| 나라 | 위헌법률심판 기관 | 통제 방식 |
| 독일 | 헌법재판소제(헌법재판소) | 추상적 규범 통제- 헌법재판소가 상시적으로 법률의 위헌성 판단 |
| 미국 | 사법심사제(연방대법원) | 구체적 규범 통제- 헌법재판소가 구체적인 소송 사건이 있을 때만 법률의 위헌성 판단 |
'형식' 면에서 독일에서 따왔다고 한 이유는 헌법재판소라는 기구 자체를 우리나라가 채택해서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구체적 규범 통제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요, 이 방식은 법원이나 개인이 법률에 문제가 있다!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헌법재판소가 먼저 나서서 위헌법률인지 아닌지 심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번 낙태죄 위헌심사도 불법적으로(그 당시에는 낙태가 허용되지 않았으므로) 낙태 시술을 해주던 산부인과 의사가 직접 헌법소원을 신청해서 위헌법률 심사가 이루어졌습니다.
- 위헌법률 심판 절차
그렇다면 위헌법률심판의 구체적인 절차를 알아봅시다.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주체는 법원과 개인으로 나뉩니다. 먼저 법원에서 재판을 받던 사람이 재판에 중심이 되는 바로 그 법률이 위헌이라고 생각하면 법원에 '위헌법률제청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위헌법률제청신청'을 받은 그 사건 담당 법원은 그 신청이 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제청서를 보냅니다. 만약 법원이 그 신청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제청신청을 기각합니다. 하지만 법원이 기각하더라도 여전히 개인은 헌법재판소에 직접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위헌심사형 헌법소원).
또, 법원재판이 아니더라도 현재 있는 법률에 의해 자신의 기본권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개인은 헌법재판소에 직접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권리구제형 헌법소원).
이번 낙태죄 위헌법률심판의 경우 산부인과 의사분이 낙태죄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었고, 위헌법률제청신청을 법원에 했지만 그것이 법원으로부터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직접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것으로,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위헌법률심판의 판결은 어떻게 할까?
위헌법률심판의 판결 결과는 5개 정도로 나뉩니다. 합헌, 위헌, 헌법불합치, 한정합헌, 한정위헌이 바로 그것입니다. 합헌은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 위헌은 법률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헌법불합치'는 법률이 위헌이라고 인정하지만, 법률이 위헌판정을 받아 공백상태가 되면 혼란이 우려될 수 있기 때문에 법을 개정할 때 까지 법의 효력을 한시적으로 인정하는 판단입니다 (원래 위헌 판결을 받은 법률은 그 즉시 효력이 사라지게 됩니다.).
한정합헌과 한정위헌은 법률의 여러 가지 해석 중에서 일부 해석에 대해 위헌 또는 합헌 판결을 내리는 것입니다. 한정위헌의 경우 '...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의 형식으로 선고되고 한정합헌의 경우 '...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합치된다'의 형식으로 선고됩니다.
- 낙태죄 판결의 재판관 의견
이번 낙태죄 판결에서는 헌법재판관 9명 중 헌법불합치 4명, 위헌 3명, 합헌 2명으로 7:2의 결과로 위헌 판결이 났습니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임신 14주까지는 특별한 사유가 없더라도 자유롭게 임신중지(낙태)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반면,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태아의 생명보호가 매우 중대하고 절실한 공익이다. 낙태를 허용하면 생명경시 풍조를 유발할 수 있다"며 합헌 의견을 냈습니다.
2012년의 판결과 2019년의 판결을 비교해보면서 왜 이번에는 위헌 판결이 났는지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확인해주세요!
2019/04/16 - [분류 전체보기] - 낙태죄 '헌법불합치', 2012년과 2019년 판결의 차이는 무엇일까?
낙태죄 '헌법불합치', 2012년과 2019년 판결의 차이는 무엇일까?
안녕하세요. 지난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형법 제269조 자기낙태죄와 제270조 의사 등의 낙태 조항에 대해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는데요! 헌재는 2012년에도 같은 법 조항에 대해서 합헌 판결을 내린 바 있..
major-tom.tistory.com
*참고자료
1. 처음 읽는 헌법: 청소년 을 위한 헌법 길라잡이, 조유진 (2012)
2. https://www.ccourt.go.kr/cckhome/kor/cjustice/unconstituionalityLawJudge.do
3. https://www.ytn.co.kr/_ln/0103_201904111116387243
4.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449878
5. http://oh.yna.co.kr/publish/2016/07/28/YNO20160728195500039.html
6.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89730.html#csidx4d0e0a556c56b818379ff26c6447c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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