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강남구의 한 스파에서 마사지실 10개 등의 시설을 갖추어놓고 비시각장애인 종업원들로 하여금 안마를 하도록 한 다음 돈을 받아 안마시술소를 개설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람이 있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오직 시각장애인만 안마사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료법(2010. 1. 18. 법률 제9932호로 개정된 것) 제82조 (안마사)
① 안마사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시각장애인 중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로서 시·도지사에게 자격인정을 받아야 한다.
1. 「초·중등교육법」 제2조 제5호에 따른 특수학교 중 고등학교에 준한 교육을 하는 학교에서 제4항에 따른 안마사의 업무한계에 따라 물리적 시술에 관한 교육과정을 마친 자
2. 중학교 과정 이상의 교육을 받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하는 안마수련기관에서 2년 이상의 안마수련과정을 마친 자
기소된 제청신청인은 시각장애인만 안마사가 될 수 있게 한 의료법의 자격조항이 위헌이라면서 관련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의료법의 해당 부분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시각장애인에 한하여 안마사 자격인정을 받는 의료법이 직업선택의 자유 및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펴보았다. 헌법재판소는 비슷한 판결을 이미 이전에도 3차례 내린 바 있다. 이번 판결은 4번째 합헌판결이다. (20171228)
관련 헌법 자료 (대한민국헌법) 제11조 ①항 :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제15조 :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 제34조 ⑤항 :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
헌법재판소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1. 이 의료법의 목적은 시각장애인의 생계보호 및 (직업활동 참여를 통한) 자아실현의 기회부여이다.
- 비시각장애인의 안마시술소 운영을 허가할 경우 시각장애로 인해 경쟁에서 도태되어 생계에 어려움을 겪게 될 우려가 있다. 비시각장애인 고용주와 시각장애인 종업원의 구조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있는 시각장애인들이 복지에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을 높인다.
2. 시각장애인은 안마업이 생존권 보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반면, 일반 국민은 안마업 이외에도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많다.
- 이 자격조항으로 일반 국민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은 사실이나, 안마업은 시각장애인이 영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직업이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며, 생존권 보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3. 이 의료법이 책임지고 있는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이라는 공익이 일반 국민의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사익보다 크다.
4. 이 의료법은 시각장애인에게 가해진 유·무형의 사회적 차별을 보상해주고 실질적인 평등을 이루는 데 기여하기 때문에 차별적인 조항이 아니다.
- 현실에서 시각장애인에 대한 복지정책이 미흡하다. 이 제도가 실질적인 평등을 이루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 의료법은 재판관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합헌 판결을 받았다.
주목해볼만한 점은 4번인데, 헌법재판소에서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의 아랫쪽에 서 있는 사회적 약자인 시각장애인들에게 이런 혜택을 주는 것이 사회적 차별을 보상해주고 실질적인 평등을 이루는 것이라고 보았다. 유무형의 사회적 차별을 받는 사회적 소수자들을 위한 정책들이 역차별이 아닌 이유에 대해서 밝히고 있다. 여기서는 시각장애인에게 국한된 판결이었지만 이 논리는 다양한 판결에서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에서 단순한 기계적 평등이 아닌 사회 구성원들의 실질적인 평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 외에도 판결문에는 제청법원이 위헌이라고 생각한 이유도 실어져 있어 한번 보도록 하겠다.
법원의 반대의견
- 안마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대학교에서 스포츠마사지 학과가 개설되는 등 안마업 종사를 희망하는 비시각장애인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를 반영하여 법익 형량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 시각장애인을 다른 장애인보다 더 우월하게 보호하여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이다.
헌재의 답변
- 시각장애인이 처한 현실과 보호 필요성, 비시각장애인들이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 사회 변화의 정도를 판단해볼 때, 위헌 결정을 해야할 만큼의 사정변경이라고 할 수 없다.
- 안마업이 다른 직종에 비해 공간이동과 기동성을 거의 요구하지 않고 촉각이 발달한 시각장애인이 맡기에 용이한 안마업의 특성을 감안하여 독점시킨 것, 시각장애는 앞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여타 장애와 구별되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평등권 침해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시각장애는 앞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여타 장애와 구별되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점'이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는 모르겠다.
판결 참고 자료: 헌재 2017. 12. 28. 2017헌가15, 판례집 29-2하, 264 [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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