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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으로 적어보는 이야기들/법률공부방

낙태죄 '헌법불합치', 2012년과 2019년 판결의 차이는 무엇일까?

by Major Tom 2019. 4. 16.

안녕하세요. 지난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형법 제269조 자기낙태죄와 제270조 의사 등의 낙태 조항에 대해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는데요! 헌재는 2012년에도 같은 법 조항에 대해서 합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답니다. 7년이 흐른 지금, 헌재는 왜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리게 된 걸까요? 헌법재판소 판결문을 바탕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헌법불합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글을 참조하세요!

2019/04/13 - [법률공부방] -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위헌심판 절차에 대해 알아보자!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위헌심판 절차에 대해 알아보자!

2019년 4월 11일 오후 2시, 66년이 지나고 나서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위헌 판결, 정확히 말하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습니다. 합헌도 위헌도 아닌 '헌법불합치' 판결에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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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기낙태죄와 의사 등의 낙태 조항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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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1995. 12. 29. 법률 5057호로 개정된 )

269(낙태)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 이하의 징역 또는 200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70(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낙태)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때에는 2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것이 바로 해당 조항입니다. 흔히 '낙태죄'라고 불리는 부분인데요, 2012년에는 '조산사'가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기 때문에 헌법 제270조가 중심이었지만, 제270조와 제269조는 사실상 떨어질 수 없는 법이기 때문에 2012년에도 제269조에 대해서 심사했습니다. 2019년에는 아시다시피 산부인과 '의사'가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또 하나의 관련 조항인 모자보건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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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보건법(2009. 1. 7. 법률 9333호로 개정된 )

14(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의사는 다음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있다.

1.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2.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3.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4. 법률상 혼인할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5.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28(「형법」의 적용 배제) 법에 따른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받은 자와 수술 자는 「형법」 269 12 270 1항에도 불구하고 처벌하지 아니한다.

 

모자보건법 시행령(2009. 7. 7. 대통령령 21618호로 개정된 )

15(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14조에 따른 인공임신중절수술은 임신 24주일 이내인 사람만 있다.

쉽게 말해서 그동안은 이런 예외경우에만 낙태(임신중절)을 인정하게 한 것이죠. 하지만 내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실상 이 예외경우에 속해서 낙태를 하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굉장히 불가피한 경우에만 낙태를 할 수 있게끔 제한해놓은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2. 2012년의 자기낙태죄 조항 합헌 결정 알아보기

 

2012년 8월 23일 재판관 4(합헌):4(위헌)으로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낙태죄 조항은 그대로 합헌으로 유지가 되었습니다. 그 당시의 합헌 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269조인 자기낙태죄 조항에 대한 요지를 중심으로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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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아는 성장 상태와 관계없이 생명권의 주체로서 보호를 받아야하므로, 임신 후 몇주가 경과하였는지를 기준으로 보호 정도를 달리할 것은 아님. 

- 만일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현재보다 훨씬 더 낙태가 만연하게 될 것임.

- 입법자는 일정한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임신 24주 이내의 낙태를 허용하고 있음.

- 따라서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 초기의 낙태나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 아니한 것이 임부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자기 낙태죄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함. 

 

이상의 내용이 2012년 자기낙태죄 조항의 합헌 결정 요지입니다. 태아의 성장에 선을 그어 어디서부터는 낙태가 가능하다고 말할 기준이 애매하며, 낙태죄가 없으면 낙태가 늘어날 것이고, 이미 문제가 있을 경우 24주 이내의 낙태를 허용하고 있기 떄문에(모자보건법)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보지 않고 있습니다. 

 

3. 2019년의 자기낙태죄 조항 위헌 결정 알아보기

 

그렇다면 이번에는 2019년의 결정문을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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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결정할 수 있다. 

- 또한 기존 낙태법은 태아의 발달단계, 독자적 생존능력과 무관하게 임신기간 전체의 낙태를 전면적, 일률적으로 금지함으로써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했다. 

-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여전히 임신, 출산으로 인해 사회적·경제적 생활에서 많은 부담을 겪고 있으며, 특히 육아에 있어서 남성보다 더 큰 부담을 지는 경우가 많아 일과 육아의 병행이 어렵고 심한 경우 경력이 단절된다. 임신, 출산, 육아는 여성의 삶에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임신 종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 사회관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을 결과를 반영하는 전인적 결정이다. 

- 임신한 여성과 태아는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의존적인 매우 독특한 관계를 형성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임신한 여성의 안위가 곧 태아의 안위이며 이들의 이해관계는 그 방향을 달리하지 않는다. 태아의 생명보호를 위해 임신한 여성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태아를 보호한다는 것은 임신한 여성의 신체적, 사회적 보호를 포함할 때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다.

- 낙태죄의 존재가 낙태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적으며 실제로 형사처벌되는 사례가 매우 드물다는 현실을 볼 때, 해당 조항이 낙태갈등 상황에서 태아의 생명보호를 실효적으로 하지 못한다. 

- 오히려 낙태죄의 존재로 인해 여성은 필요한 사회적 논의 내지 소통을 못하고, 정신적 지지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상태에서 안전하지 못한 낙태를 하게 된다. 또한 낙태죄가 보통 낙태를 막는데 쓰이기보다는 상대 남성의 복수나 괴롭힘의 수단 등으로 이용된다.

- 낙태죄로 인해 임신한 여성은 임신 유지로 인한 신체적, 심리적 부담, 실제 출산 과정에서의 고통과 위험, 그리고 임신,출산,육아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 직장에서의 어려움, 학업 단절과 경력 단절 등을 포함한 각종 고통을 겪을 것을 강제당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위 근거와 함께 헌법재판소는 결론을 다음과 같이 내렸습니다.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법익균형성의 원칙도 위반(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크게 기여하지도 못하면서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크게 제한하였으므로)하였다고 것이므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다."

 

4. 헌법 불합치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헌법재판소는 단순 위헌이 아닌 헌법불합치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면서 헌법불합치를 선고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단순위헌
결정을 경우 (형법 269조와 270조가 바로 사문화되기 때문에) 임신기간 전체에 걸쳐 행해진 모든 낙태를 처벌할 없게 됨으로써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  또한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낙태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자체가 모든 경우에 헌법에 위반된다고 없다. 마지막으로 입법자는 낙태 허용 기간, 조합, 상담 요건이나 숙려 기간 추가 규율에 대한 입법재량을 가진다."

 

단순 위헌으로 판단한 재판관들은 추가의견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헌법적 질서유지를 위한 요청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극심한 사회혼란을 야기하여 기존의 인적 물적 자원으로는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하는 것이 아닌 , 당사자의 구제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위헌인 법률로 인한 피해는 규율 대상자에게 부담주는 것(당장 사문화가 되지 않으면 법이 개정되는 기간동안의 피해는 임부들이 보기 때문에) 보다는 국가가 감수하도록 하는 것이 헌법적 이념에 부합한다."

 


2012년과 2019년의 판결문을 간단하게 비교해 보았습니다. 항상 낙태죄 관련 토론이 나오면 부딪치는 주요 쟁점 중에 하나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서로 배치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2019년 판결에서 헌재는 임신한 여성의 안위가 곧 태아의 안위라고 말함으로써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제3의 해결책을 내 놓은 헌법재판소의 이번 판결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판결로 낙태죄는 위헌판결을 받았지만 '헌법불합치' 판결이기 때문에 법률 개정에 대한 사항은 국회에게 공이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국회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죄에 관련한 새로운 법안을 만들어야 하는데요, 충분한 논의를 통해 현명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길 바랍니다. 


2019/04/13 - [법률공부방] -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위헌심판 절차에 대해 알아보자!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위헌심판 절차에 대해 알아보자!

2019년 4월 11일 오후 2시, 66년이 지나고 나서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위헌 판결, 정확히 말하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습니다. 합헌도 위헌도 아닌 '헌법불합치' 판결에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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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자료

- [보도자료] 낙태죄 사건 (2010헌바402 형법 제270조 제1항 등 위헌소원)/ 헌법재판소 공보관실/ 2011. 11. 10

- [보도자료] 낙태죄 사건 (2017헌바127 형법 제269조 제1항 등 위헌소원)

- 2017헌바127 형법 제269조 제1항 등 위헌소원 사건 헌법재판소 결정문 (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