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마치며

월요일이지만 월요일 같지 않은 하루였다. 

9시 출근으로 시작하는 내 삶. 오늘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폭락하는 주식장을 보며 '나는 장기투자자다.. 나는 장기투자자다..' 다시한번 되새기며 핸드폰을 치운다. 상당히 손해가 많이 났는데, 어차피 여유자금이고 오래 둘 생각으로 넣었으니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전화를 받았다. 타인을 평가하는 것에 대해 지적을 받았다. 나는 타인을 평가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의도하지 않았던 것과는 관계없이 듣는사람에겐 내가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타인을 평가한다고 하는데 특별한 것은 아니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오 저사람 특이하네' 하는 정도였다. 크게 부정적인 말은 안할지라도 자신을 신경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그 사람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지 않은가? 나조차도 헤드폰을 쓰고 다닐때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종종 걱정하곤 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다른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좀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그렇게 사람들을 평가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런 느낌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내가 인도에 갔을때는 사람들이 대놓고 뚫어지게 쳐다보곤 했다. 진짜로 페스티벌 보듯이 보면서 지나간다. 아무래도 한국 사람들이 신기했나보다. 갑자기 블루 라씨가 생각난다. 갠지스강 옆에 있던 파란색 라씨집. 굉장히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텔레그램 N번방 사태로 난리다. 20만명이라니 상상을 초월하는 숫자이다. 웹하드, 다크웹 막혀서 골머리 앓던 사람들이 결국 찾아간 곳이 텔레그램이었나보다. 이제 박사 한명 잡혔고 나머지 인원에 대해서 수사가 진행중이라고 하는데, 포토라인을 세우든 신상공개를 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처벌받는 것이다. 사실 포토라인을 세우는 것에 대해서는 막 찬성하는 편은 아니다. 애초에 조국 수사가 이루어질 당시 법무부가 포토라인 세우는 것을 금지했던 이유중에 하나가 아직 재판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피의자가 여론과 언론에 의해 미리 범죄자로 재단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사의 경우는 바로 구속되었을만큼 범죄 증거와 혐의가 확실하지만 포토라인을 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사람이 제대로된 형벌을 받는 것이다. 그 부분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또 박사에게만 집중적인 관심이 주목되는 것에 대해서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던 당시 세월호 선장이었던 이준석씨가 언론의 엄청난 주목을 받고 마치 모든 사건의 중심인 것처럼, 이 사람만 처벌받으면 가장 중요한 처벌이 끝날것처럼 분위기가 만들어졌던 바가 있다. 세월호 선장이 행위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긴 하지만 한 사람에게 주목될수록 행위에 같이 가담했던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부실수사로 끝나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박사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박사에만 주목해 같이 텔레그램방에 접속해있던 20만명의 사람들 또한 공범으로서 처벌을 받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아닐까싶다. 

지독하다. 강남역 살인사건 때에도, 미투 운동 때에도, 혐오 범죄 사건이 나왔을 때 항상 나오던 말들은 '일반화시키지마라' '남녀분쟁조장하지마라' 라는 말들이었다. 하지만 이제 20만명이다. 일반화시키지 말라는 말을 하기에도 무색한 숫자인 것이다. 모든 남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본다고 하더라도 할말이 없는 수준이다. 그렇지 않은 남자가 되고 싶다면, 일반화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우리가 해야할 것은 일반화 하지 말라는 소리나 남녀분쟁 만들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라 성범죄와 혐오 범죄에 대한 강력한 저항을 외치는 것이다. 전국을 통일한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내부의 갈등을 없애고 나라를 하나로 통일하기 위해 선택했던 방법이 조선에 대한 침략이었다고 한다. 외부의 적을 만들어 내부를 통합시키는 것이다. 성별 갈등으로 갈라진 나라를 통합하는 방법은 성범죄자에 대한 강력하고 확실한 처벌과 이런 혐오스러운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공동으로 감시하고 노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