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에 재난지원금 등이 전국민에게 지급되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여권 주요 인물들이 기본소득을 위한 토론을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며 기본소득제에 대한 찬반토론이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페이스북을 애용하는 홍준표 의원 역시 본인의 SNS 계정에 기본소득제와 관련한 본인의 의견을 표명했다.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홍준표 의원은 기본적으로 기본 소득제를 반대하고 있는데(기본소득제에 관한 논의는 “아무런 실익이 없다”) 그 이유로 그가 열거한 것은 다음과 같다.
1. 기본소득제는 사회주의 배급제와 본질이 같다.
2. 기본소득제가 실시되려면 세금이 파격적으로 인상되어야 하고 이를 국민이 수용해야 하며 지금의 복지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조정 해야한다.
1번 이유는 사회주의는 악하다는 전형적인 프레임을 이용한 주장이다. 기본소득제를 반대해야 하는 이유로 사회주의 배급제랑 본질적으로 같다는 점을 제시했는데, SNS글이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단순히 사회주의 배급제와 같다는 사실은 반대의 주장을 증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이 주장은 사회주의 배급제가 나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이것이 왜 나쁜 것인지 또한 설명했어야 했다. 예컨데 사람들에게 동기를 충분히 부여하지 못해 나태해질 수 있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 말이다. 자유주의 국가라면 국민들은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어떠한 정책이라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들이 만약 사회주의 배급제를 반대한다면 그 이유는 그것이 사회주의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배급제가 인간의 자유를 실현시키고 국가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등의 것이 되어야 한다.
2번 이유는 기본소득제 논의의 반대의 이유로 적절하다. 기본적으로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한다는 아이디어는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하고 그 과정에서 세금 인상은 기존 복지체계를 전면적으로 수정하여 복지 예산을 전용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필연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또 이런 세금 인상에 국민의 동의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홍준표 의원은 이렇게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가 “실익이 없다”고 하고 있는데, 이미 본인이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에 대한 반대의견을 전개함으로써 논의 자체에 실익을 부여하고 있기는 하다.
마지막으로 기본소득제 강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민복지의 강화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이 기본소득제와 양립불가능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그가 말하는 서민복지의 강화는 무엇일까? 저소득 계층에게 더 많은 비중의 복지예산을 투자하고 부자 계층에게는 복지 지원을 줄이자는 것일까? 기본소득에 대한 대안으로 서민복지의 강화를 주장하는 그의 입장을 바탕으로 고려해볼때 선택적인 복지 지원을 하자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통적인 보수의 입장이다.
어떤 것이 맞는 것인지는 논의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판단할 일이다. 국민들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도록, 그리고 국민들이 기본소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확립할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는 기본소득에 대한 찬반 의견을 충분히 전개시켜야 하며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코미디 빅리그의 ‘슈퍼스타 김용명’ 코너에서 감독 역할을 맡은 신규진씨가, 김용명씨가 맥락에 맞지 않는 장면에 대해 항의하는 부분에 대해 항상 하는 대사가 있다: “그게 맞는지 아닌지는 시청자들이 판단할 일이라고요!”. 맞다. 장면이 적절한지 아닌지는 시청자들이 판단할 일이다. 정치권과 정부에서는 국민들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도록 논의를 이어가고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기본소득제 논쟁”이 실익이 있는지 없는지는 국민이 판단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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