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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으로 적어보는 이야기들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흑인 경찰로 산다는 것

by Major Tom 2020. 9. 3.

참고자료:

- “Who replace me?”, the New York Times Daily (Potcast)
https://www.nytimes.com/2020/08/31/podcasts/the-daily/flint-michigan-police-officer.html? (해당 링크를 통해 팟캐스트를 들을 수 있고, 스크립트를 읽어볼 수 있습니다.)

- How Black N.Y.P.D. Officers Really Feel About the Floyd Protesters
https://www.nytimes.com/2020/06/17/nyregion/black-hispanic-officers-nypd-protests.html?referringSource=articleShare

How Black N.Y.P.D. Officers Really Feel About the Floyd Protesters

Most officers of color share the protesters’ mission to defeat racism, but the unrest has reminded the officers that they are still often seen as the enemy.

www.nytimes.com


아침마다 심심한 출근길에 노이즈캔슬링 안되는 이어폰을 끼고 열심히 차와 버스 소리를 지워가며 볼륨을 높여 듣는 팟캐스트 하나가 있다. 그것은 바로 뉴욕타임즈에서 제공하는 데일리 팟캐스트. 하루에 최소 20-30분에서 최대 1시간까지의 길이를 가지고 있는 이 팟캐스트는 미국사회 전반에 대한 (특히 정치) 이야기거리를 제공한다. 오늘의 주제는 바로 “Who replace me?”. 제목만 봐서는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제목에도 써놨다시피 한 흑인 경찰에 대한 인터뷰를 다루고 있다. 미시간 주의 플린트라는 곳에서 나고 자란 53세 흑인 경찰관인 스캇 왓슨이 주인공이다.

해당 팟캐스트에서 나오는 인터뷰에서는 그의 생애와 경찰관이 된 이유, 경찰로서의 활동, 그리고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경찰로서 활동하는 자신에 대한 심경변화 등을 담고 있다. 흑인 경찰관이었던 그는 경찰로서 활동하며 백인 경찰이 흑인 주민에게 가하는 부당한 폭력도 목격했고,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오히려 경찰관을 두둔하고 조지 플로이드를 범죄자 취급하는 맥락의 sns를 올리는 동료 백인 경찰관들과도 함께 일하고 있다. 인터뷰에서는 이런 행위들을 경험한 그의 좌절과 실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So where do we go from here? Where do I go from here?
I’m trying to get my mojo back. But I keep seeing the same stuff.
I haven’t seen change. I haven’t seen real change yet.
But I’m going to retire. And I’m going to go off into the sunset. I hate to retire in a sense, because who replaces me? Will it be someone not from our community? So the real answer is, I don’t know.”
- “who replace me?” 팟캐스트 중에서 인용

지역사회에서 나고 자란 53세 흑인 경찰관, 그는 아직까지 진정한 변화를 보지 못한 채 은퇴를 앞두고 있다. 자신이 이대로 은퇴하게되면 이런 부당하고 정의롭지 못한 행위들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 그는 편안하게 은퇴할 수 없을 것이다. “Who replace me? Will it be someone not from our community?” 그의 아쉬움과 좌절이 강하게 묻어나는 문장인 듯하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고, 해당 사건이 일어난 이후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이 행위가 가지고 있는 인종차별적인 성격에 대해 규탄하고 연대와 정의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는 것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흑인 경찰의 입장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또다른 새로움이었던 것 같다.

다른 흑인 경찰들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후속 시위들에 대한 진압 과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에 대한 내용은 “How Black N.Y.P.D. Officers Really Feel About the Floyd Protesters”라는 NYT 기사에서 상세히 읽어볼 수 있다. 해당 기사에 의하면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대해 대다수의 흑인들과 마찬가지의 분노와 슬픔을 느끼고 있는 흑인 경찰관들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에 일어난 일련의 시위를 통제하는 과정에서 종종 곤혹스러운 일을 겪는다고 한다.

“I’m not blind to the issues, but I’m torn,” Lieutenant Raymond said. “As I’m standing there with my riot helmet and being called a ‘coon,’ people have no idea that I identify with them. I understand them. I’m here for them. I’ve been trying to be here as a change agent.”

“Officer Oriade Harbor, 38, a transgender black man assigned to Police Headquarters, said that even though he often speaks out against what he sees as social injustice, when he does police work he is still seen as “part of a system that is oppressive to black people.”

People treat me different in uniform, because they only see the uniform,” he said. He added, “At the end of the day I am a black person who dons a blue uniform. I am a trans male. I walk in all of these worlds.””

- How Black N.Y.P.D. Officers Really Feel About the Floyd Protesters 기사에서 발췌

위와 같은 인터뷰 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시위대는 흑인 경찰들을 종종 “반대 세력”으로 오인하는 경향이 있고, 흑인 경찰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경찰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그들 역시 흑인이라는 사실을 잊는 듯하다. 일부 흑인 경찰들은 경찰 내부에서 경찰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그러한 노력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Detective Yuseff Hamm, the former president of the N.Y.P.D. Guardians Association, a group of about 1,000 black police officers, said the killing of Mr. Floyd had eroded the progress that black leaders in the department, like Chief Jeffrey Maddrey in Brooklyn, have made in creating a positive image of policing in black and brown neighborhoods.

- How Black N.Y.P.D. Officers Really Feel About the Floyd Protesters 기사에서 발췌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단순히 대항하는 것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직접 맞서 싸우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나긴 하지만, 그런 방법 외에도 제도 속으로 들어가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도 있다. 기사에 등장했던 흑인 경찰들은 경찰 내부에서 이미지를 바꿔보려는 사람들이었다. 단순히 경찰이라는 이유만으로 내부에서 변화를 위해 노력했던 그들이 비난받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 비슷한 경우로 백인 시위 참여자가 시위대 사이에서 눈치를 받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을 기본 모토로 삼고 있는 시위에서 오히려 이분법적인 논리가 등장한다는 것이 참으로 모순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