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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으로 적어보는 이야기들

야구선수와 도덕성에 관하여

by Major Tom 2020. 9. 26.

 

 

 오늘 LG 트윈스 차명석 단장이 유튜브를 통해 팬들과 온라인 소통을 진행했다. 어제 밤부터 한창 논란이 많았던 이민호 선수에 대한 질문이 들어올 것을 알고 있던 차명석 단장은 온라인 소통을 취소하자는 구단 내부 의견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소통을 강행했다. 그가 온라인 소통을 강행한 이유는, 오히려 이런 논란이 있으면 직접 팬들에게 설명하고 “미리 얻어맞는 것”이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LG 트윈스 야구를 좋아하게 된 이유 중의 많은 비중을 단장이 차지하고 있다. 오늘의 주제는 단장은 아니지만 논란을 대하는 구단 단장의 자세에 많은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민호 선수는 LG 트윈스 신인 선수이다. 작년 1차 드래프트로 뽑히고 계약금 3억원을 받고 LG로 입단하게 되었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선수고 실제 성적도 나쁘지 않다. 아직 성장판이 닫히지 않았고 어리다는 이유로 구단에서는 10일 로테이션(일반적인 선발 선수는 5일마다 한번씩 등판한다)이라는 방법을 선택한 바 있다. 현재까지 4승정도만 거두고 있지만 등판일수와 교체 이후 역전패로 인해 까먹은 승수를 생각하면 이 선수가 정상적인 로테이션을 돈다고 가정한다면 대략 8-10승 정도 거둘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야구공은 둥글기 때문에 실제로는 어떨지 알수없다. 

 아무튼 이민호 선수에 대한 칭찬은 여기까지 하고, 어제 밤부터 불거진 그에 관한 논란을 짚어보려고 한다. 요약하자면 여자친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SNS를 이용해 다른 여자들과 관계를 희망했다는 것(실제로 했는지는 아직 모른다). 불법적인 행위는 당연히 아니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여부가 중심이 될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팬들마다 생각이 다른듯하다. 개인적으로는 내 지인중에 이런 일이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멀리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행위의 도덕성에 관한 판단보다 중요한 것은 프로야구선수가 야구실력만으로 평가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그 외의 개인 사생활에서의 도덕성에 관한 문제까지 함께 평가요소로서 고려되어야 하는지다. 

 2020년 프로야구를 함께 즐기고 있는 팬들의 경우 프로야구 선수는 실력 뿐만 아니라 일정 수준의 도덕성까지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의 여론인 것 같다. LG 선수였던 류제국 선수 역시 실력과 상관없이 개인 사생활에서의 문제가 불거져 2019년에 본의아닌 은퇴를 한 바 있고, 2020년 NC 다이노스가 1차 드래프트로 지명할 예정이었던 김유성 선수는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져 NC 측에서 지명을 철회한 사실이 있다. LG트윈스 차명석 단장은 오늘 진행했던 유튜브 온라인 소통에서 “요즘 야구선수들은 팬들로부터 대통령에 버금가는 도덕성을 요구받고 있다”고 발언하였는데, 프로야구선수들의 도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이라면 당연히 징계받아야하고, 정도가 심하면 퇴출되어야 할 것이다(물론 이것도 이중징계 논란이 있다). 음주운전, 폭행, 성희롱·성추행 등이 그렇다. 사생활에서의 도덕적 논란이라면 어떻게 해야할까? 분명 프로야구 선수는 일반인보다는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다. 연 10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는 KBO의 선수라면 일반인들과 다른 공인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프로야구가 더 활성화되고 더 많은 사람들을 야구의 세계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팬들에게 실망감을 주어서는 안될 것이다. 도덕적인 문제는 야구실력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지만 팬들에게 실망을 줄 수 있는 행위이다. 팬들이 없으면 프로야구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므로 팬들이 기대하는 도덕성의 기준에 충족하는 것은 중요하다. 어차피 개인 사생활에서의 도덕적 논란은 그 성질상 어떤 공식적인 징계를 기대하기는 힘들고 선수 개인의 명예나 평판의 훼손 정도로 귀결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팬들은 프로야구 선수의 도덕적 문제에 관해서도 충분한 비판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선수 역시 이를 의식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허위사실에 기반한 맹목적인 비난은 삼가야할 것이다. 사실관계를 따진 후에 비판의 여지가 있다면 그 부분을 지적하는 것이 바람직한 프로야구 문화를 위해서 중요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이민호 선수에 관한 논란은 사실관계가 먼저 정리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자친구를 두고 바람을 핀 것이 사실이라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고 이에 따라 어느 정도의 비판받는 것은 선수로서 감당해야 할 문제이다. 내가 실망한 부분은 바람을 핀 것에 있다기보다는 프로야구 선수로서 한창 팀이 순위싸움에 집중하고 있는 이 시기에 SNS로 이성을 만나고 다니는 등 야구 외적인 일에 신경쓰고 있다는 점이다. 10일 로테이션 등 구단에서 선수를 관리하고 있는 것을 무색하게 만드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열심히 야구에 집중하는 팀 동료, 선배에게도 민폐이고 자칫하면 팀 분위기마저 해칠 수 있다. 연애 관계에서의 인간적 신뢰가 깨진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잘 해결하고 다시 이 중요한 시기에 야구에 집중하여 프로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