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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쎄이

쳇바퀴 도는 삶도 역동적인 삶인 이유

by Major Tom 2020. 7. 8.

일상이 맨날 똑같고 새로울 것 하나 없는 그런 생활을 쳇바퀴 도는 삶이라고들 한다. 쳇바퀴가 돈다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햄스터가 쳇바퀴 속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는 모습. 자기 딴에는 마치 우리 런닝머신 달리듯이 열심히 뛰면서 운동하거나 즐기고 있는 것일텐데 인간들은 오히려 그런 삶을 부정적인 삶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햄스터는 얼마나 억울할까. 

쳇바퀴 도는 삶이라는 말이 가지는 부정적 분위기의 타당성을 따지는 것은 나중에 하도록 하고, 지금의 나는 이 말을 그냥 관습이 시키는 대로 부정적으로 사용하련다. 요즘 내 삶이 쳇바퀴 도는 삶인 것 같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출근하고, 인강듣고, 점심먹고, 또 인강 듣고, 퇴근하고, 야구보고, 자고. 특별히 약속이 있는 날이 아니면 어디 나가지도 않는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었으면 좀 더 많이 나갔을까? 그건 모르는 일이지만 코로나 시대는 내가 쳇바퀴 속에서 계속해서 돌 수 있게끔 주변을 둘러싼 케이지 역할을 해준다. 어디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그런데 나는 쳇바퀴 도는 삶이 싫으면서 좋다. 맨날 똑같은 삶이라서 싫증나기도 하지만 내 일상이 안정감을 찾은 것 같아서 좋다. 싫으면서 동시에 좋으니까 정말 짜증이 난다. 한가지 감정만 떠올랐으면 좋겠다. 쳇바퀴 위에서 달리면 내가 중간에 쉬고 싶어도 쳇바퀴는 계속해서 굴러가니까 관성적으로 계속해서 뛰게 된다. 나 또한 일상에서 쉽게 벗어날 수가 없다. 비록 심신이 지치고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도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해서 뛰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이런 상태에 있는 것을 그렇게 나쁘게 보지 않는다. 지금은 관성이 나를 밀어주고 있지만 나는 언젠가 다시 내 의지로 쳇바퀴에 올라탈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쳇바퀴 도는 삶은 그렇게 지루한 삶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나는 쳇바퀴를 돌면서 달리고 있지만 시간은 흘러가고 있고 내 주변의 모든 환경들은 움직이고 있으므로 결국 나는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가만히 있으려 해도, 멈추어 있으려 해도 나는 그럴 수 없다. 역동성은 나를 변화시켜서 일으킬 수도 있지만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최대한 멈춰 서 있는 것, 휘몰아치는 주변의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은 역설적으로 최대의 역동성을 이끌어내는 방법이 된다. 그러므로 쳇바퀴 속에서 관성적인 삶을 사는 것을 너무 아쉽게 생각하지 말자. 쳇바퀴 속에서 열심히 달리는 당신은 오히려 시대에 휩쓸리지 않음으로써 격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특별한 삶이 되고 가장 주도적인 삶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