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참 좋다. 하늘은 맑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한 날씨. 슬슬 11월이 다가오면서 살짝 추워지는 것 같긴 하다. 조금만 더 따뜻했으면 공원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좋은 날씨와 함께하는 이번주의 책은 바로 '도해 금강경'이다.
'도해 금강경'을 집어들게 된 이유 |
'금강경'은 대승 불교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경전 중 하나이다. 부처님과 수보리(아마도 수제자랑 비슷한 느낌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의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가 된다(옛날 책들은 대화를 하나의 서술 방식으로 많이 사용했던 것 같다). 나는 굳이 말하자면 불교 신자이지만 그렇게 종교적으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불교는 사실 종교라기보다는 철학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고, 리영희 선생 역시 당신께서 감옥에 계실 때 금강경을 읽으며 느끼는 바가 컸다는 이야기를 그의 책 '대화'에서 한 적이 있어서 나도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 해남 미황사 한문학당에 다닌 경험이 있는데 그 때는 반야심경을 맨날 따라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암송하는게 고작이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불교 경전을 접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핵심 내용 요약 |
금강경의 주요 주제를 이루는 내용은 수보리가 처음에 부처님께 한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간단하게 말하면 일반 사람들이 어떻게 열반에 이를 수 있는지, 그 마음(좋지않은 마음)을 어떻게 항복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질문이기 때문에 부처님이 하신 대답을 적어놓은 이 금강경의 내용은 대승불교 수양의 시작점이 된다.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부처님은 '맑고 깨끗한 마음'을 내는 방법은 "마땅이 머묾 없이 그 마음을 낸다"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머묾이 없다는 것'은 곧 집착하지 않는 것이라 한다. 평소에 충분한 지혜를 쌓고 있었던 혜능 스님은 길을 가던 도중 어떤 사람에게서 금강경의 이 구절을 듣자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고 할만큼 핵심 구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평범한 범부에 불과한 나는 집착이 없어야 맑고 깨끗한 마음을 낼 수 있구나 하고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대체 집착이 없다는 것이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당장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따뜻한 방바닥에 누워 신서유기 시즌 8을 보고싶다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기쁨도 집착이요 슬픔도 집착이니 집착으로부터 모든 고통이 시작된다고 말하는 것도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해탈에 대한 방법을 들을 때마다 그 해탈을 이룬 석가모니의 위대함을 매번 새롭게 느낀다.
대승불교에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나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 그리고 본인이 수양을 통해 어느 정도 해탈을 위한 준비를 한 다음 중생이 있는 세상 속으로 다시 들어가 그들의 해탈을 위해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나 자신에 대한 집착은 곧 자존심으로 이어지고 자존심이 높은 사람은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해진다. 나 자신이 인과 연의 조화로 인해 잠깐 모였다가 사라지는 존재임을 인식할 수 있다면 나 자신에 집착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흔히 대의를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은 불자는 아니었지만 나에 대한 집착을 버림으로써 해탈과 비슷한 단계에 이르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그들이 역사속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자기 자신에 대한 집착을 버렸기 때문이다.
아쉬웠던 점 |
'금강경'은 불교 단어들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상당히 문턱이 높다. 단어들이 한자를 베이스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한자에 익숙하지 않다면 (물론 모두 한글로 쓰여있긴 하지만 단어의 뜻을 이해하기 위해 한자의 뜻을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단어의 뜻을 이해하는 데 고생하지 않을까 싶다.
전체적인 평가와 의의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금강경'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만 하다. 많은 그림과 도식을 이용해 대승불교와 금강경의 핵심 내용들을 보기 좋게, 이해하기 좋게 그래픽으로 표현했고 원문 구절과 함께 작가가 그에 대한 해설을 자세하게 적어놓았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이후 서양에서부터 일반 시민들의 계몽이 시작되면서 개개인의 의식이 발달하고 자아 개념이 점차 정립되기 시작했다. 근대에서 시작된 개인중시 경향은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오히려 인권 개념이 발달하면서 그 경향은 더 심화되고 있다. 불교를 종교가 아닌 하나의 철학으로 볼 때, 불교에서 말하는 '머묾 없음'은 곧 탈자아이다. 서양의 개인주의와는 정반대의 철학이다. 개인주의의 시대에 그와 반대되는 철학적 관점을 제시하는 불교의 '금강경'은 심화되는 개인주의로 인한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서 현대사회에서 의미있게 재조명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만의 별점 |
⭐️⭐️⭐️(3/5)- "최대한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쓰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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