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블로그에 글을 적어봅니다. 오늘부터 포기하기로 한 것이 하나 있으니 이제 책 읽을 시간이 좀 많아질 것 같습니다.
이제 일주일에 한권 정도는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좀 책을 체계적으로 읽기보다는 마구잡이로 읽는 편입니다. 누군가에게 추천을 받기도 하고 도서관을 지나다니면서 재미있어보이는 제목을 가진 책을 고르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추천받은 책도 별로 흥미가 없고, 책이 엄청나게 많은 대학 도서관에 가게 되어 지나다니면서 고르기도 까다로울 때는 어떻게 할까요? 몇 분 동안 도서관 근처를 어슬렁거리다 그래도 기왕이면 도움되는 책을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구글에 '로스쿨 추천도서'를 검색해봅니다. 역시나 바로 메가로스쿨에서 추천한 로스쿨 준비생을 위한 추천도서 100선이 나옵니다. (m.blog.naver.com/megamdls/220690429245 혹시 관심있는 분 있으면 여기 들어가보세요) 나름 추천도서들을 보다보면 그동안 읽고싶었지만 딱히 기록해두지 않아서 잊고 있었던 명서들이 종종 보일때가 많습니다.
아무튼 그 중에서 3권의 책을 골랐는데, 100선 중에 두 번째로 나와있던 책이 바로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였습니다. 지은이는 '홍세화'. 그 동안 사회과학 도서만 읽느라 피폐해진 나 자신에게 문학적인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 이런 거창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고자 했던 저에게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이 책을 고르면서 '홍세화'는 당연히 여자 이름일 것이고 '빠리'가 나오니까 무언가 낭만적인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했던 저 자신에 대해 반성합니다.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한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홍세화. 그는 60년대, 70년대 민주화운동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학생운동에 매진했고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다가 해외로 망명하게 된 사람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수필이고, 빠리에서의 그의 택시운전사로서의 삶을 중심으로 한 스토리에 그의 인생 이야기가 군데군데 덧붙여져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운동권' 세력이고 그가 사회주의자인지 알 수 없으나 이 책을 읽는 데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가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프롤로그에 있는데, 파리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그는 파리에 오면 해야하는 여행코스들을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한 뒤에 파리를 뒤통수로 보고오지 말라는 이야기를 남깁니다. 뒤통수로 본다는 말은 명소에 가서 사진찍는데 집중해서 정작 눈으로 명소를 보지 못하는 것을 뜻합니다. 일출보러가서도 멋진 일출사진 하나 남기겠다고 정작 카메라렌즈로만 열심히 일출을 봐 왔던 제 자신이 생각나서 우스웠던 것 같습니다.
택시운전 자격을 따고 처음에 택시를 빌려서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 택시 운전을 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들이 중심적으로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일단 빠리에서 택시운전을 한다는 이야기 자체가 생소하기도 했고 워낙 글이 쏙쏙 들어오게 잘 쓰여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스토리보다 본인의 생각이 더 많이 들어가게 되는 2부에서는 일부 난해한 구석이 없지않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당시 시대상황 속에서 글쓴이가 어떤 활동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서 한때 학생회 활동도 했었던 저에게는 흥미로웠습니다. (물론 그 당시 탄압이랑 압박, 그리고 그에 맞서는 학생운동에 비하면 새발의 피겠지만요 ㅎㅎ..)
한국의 엘리트였던 그가 파리에서 택시운전사를 시작한다는 것, 정말 대단한 결심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생계를 위해서 시작했다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 아예 다른 일을 시작하게 된다는 것은 정말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거든요. 최근에 계속해오던 공부를 포기했던 저였기에 약간이나마 공감을 하게 되었던 부분이었습니다.
한국과 프랑스에서 모두 살아본 저자에게 한국과 프랑스의 비교는 빼놓을 수 없는 것이겠죠. 아무래도 당시 한국의 상황이 매우 열악하다보니 두 사회의 비교는 아무래도 프랑스쪽으로 기울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책 전반적으로 프랑스 사회의 톨레랑스, 즉 나와 다른 남을 존중하는 것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주장이나 의견을 사람과 분리시켜 생각하기 때문에 주장이나 의견을 싫어할 순 있어도 사람을 싫어할 수는 없다는 스토리를 자신이 파리에서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설명합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그 사람의 주장과 그 사람을 분리해서 생각하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인 것은 사실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싫어하는 사람이 몇명 있는데, 그게 그 사람이 정말로 싫은 것인지 그 사람의 의견이나 주장이 싫어서 싫은 것인지 사실 잘 구별이 가지 않습니다. 의견차이로 다투다가도 다시 친해질 수 있는 사이, 한 번 직접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프랑스 문화에 대한 장점을 많이 말하지만, 아무래도 책이 오래된 책인만큼 그 동안 프랑스 사회나 한국 사회나 많이 변했습니다. 프랑스에서도 이슬람 이민자들이 점차 많아지면서 종교에 대한 관용이나 표현의 자유에 대해 논란이 많아지고 있고,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테러를 일으키며 갈등을 만들어내고 그에 대항하여 더 억압적인 정책을 펼치게 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프랑스 사회는 우리 한국사회보다 상대적으로 더 개방적이고 더 많은 다름을 인정하고 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정치적 이념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으며 성소수자, 난민,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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