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보다보면 특히 특정 방향으로 타구를 많이 날리는 강한 타자가 나올 경우 상대팀에서 극단적인 수비 쉬프트를 거는 경우가 있다. 즉, 수비수들을 한쪽 방향으로 치우치게 서 있게 해서 타자에게 압박을 주는 것이다. 이것이 극단적으로 나타나게 되면 아예 전체 경기장의 40%정도는 수비가 전혀 없는(!) 경우도 있게 된다.
LG의 외국인 타자이자 4번 타자인 라모스는 우익수 방향으로 장타를 많이 날리는 편이다. 라모스를 상대하는 상대팀은 그래서 오른쪽으로 수비 쉬프트를 자주 한다. 그래서 라모스가 타석에 들어서게 되면 왼쪽이 아예 비어버려서 그냥 왼쪽으로 툭 방망이를 가져다 대기만 해도 안타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이 나온다. (근데 라모스는 항상 자신이 치던 방향으로 타구를 보내고 많은 경우 아웃되곤 한다)
이렇게 라모스처럼 수비 쉬프트가 있더라도 자신이 원래 하던대로 타구를 보내는 타자들에게는 수비 쉬프트가 효과적이지만, 만약 쉬프트를 했을때 수비가 없는 방향으로 타구를 보낼 수 있는 타자가 나온다면 여지없이 안타가 나오게 된다. (만약 내가 타자였다면 그렇게 빈곳으로만 계속 타구를 보낼 것 같다) 그런 위험(안타가 되지 않을 법한 타구도 안타가 되게 될 위험)이 있음에도 상대팀에서 계속 수비 쉬프트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오랫동안 궁금했는데 오늘 한화 외국인 감독인 수베로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그 답을 찾은 것 같다.
수비 쉬프트를 걸었을 때 만약 타자가 원래 치던 방향으로 날린다면 쉬프트에 잡힐 것이고, 원래 치지 않던 방향으로 쳐서 쉬프트를 역으로 이용한다고 해도 (아마도 익숙하지 않아서) 단타가 나올 것이므로, 이것은 쉬프트를 하지 않았을 때 장타를 맞는 것보다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수비쉬프트는 위험해보이지만 사실상 따지고 보면 장타가 나오는 것보다는 덜 위험한 결과를 내는 것이다.
야구본지 1년만에 겨우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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