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이 이제 사회의 주역으로 점차 나아가는 시대가 왔다. 이 책은 리디북스를 처음 구독한 후 베스트셀러에 있는 것을 아무거나 고르다보니 찾게 된 책이다. '간단하거나', '재미있거나', '정직하거나' 이 세 가지 키워드로 90년생들을 요약한 '90년생이 온다'는 90년생에 대해 상당히 정확한 분석을 하고 있다. 82년생인 저자가 90년대의 은어와 행동방식 등을 직접 체험하면서 경험해본 티가 확실히 책에 묻어 난다.
나는 사실 90년대생이니까 90년대생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는 당연히 알고 있지만, 이 책을 보면 외부에서 90년대생을 어떻게 바라보는 지 새롭게 알 수 있다. 다른 직업 모두 제쳐주고 9급 공무원 시험에 과하게 집중하는 괴현상에서부터 분석은 시작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직업의 안정성을 상당히 훼손시켰고, 이에 따라 새로운 취업준비생 세대인 90년생들은 구조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을 찾는 길로 나설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기업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으로 인해 90년대 생들은 "직장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졌고, 이는 "현실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90년생을 '간단하거나', '재미있거나'. '정직하거나' 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간단하거나'는 줄임말과 간단한 텍스트를 중시하는 성향을 말한다. 온라인 상에서의 은어들이 이전 세대와는 달리 오프라인 공간 전방위로 퍼져나가면서 "온라인 중심의 가상 세계와 오프라인 중심의 현실 세계가 결합한 줄임말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간단한' 줄임말을 쓰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한 F자 형태의 읽기(글을 좌우로 읽는 것이 아니라 상단의 제목으로 내용을 추측하고 F자 형태처럼 글을 간단하게 읽는 것)가 보편적인 형태가 되었다는 것을 설명한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동의하는데, 90년생이 인터넷의 글을 오래 읽지 않고 대충 넘긴다는 건 인터넷에 글을 쓰는 사람들 역시 인터넷이라는 공간 특성 상 큰 성의를 보이지 않기 때문인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인터넷 뉴스 기사 같은 경우 거의 유사한 기사들이 매번 넘쳐난다. 90년생의 특징이 아니라 요즘 시대의 인터넷 특성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성의없는 글에 오랜 시간 투자하는 건 아깝지 않은가?
'재미있거나'는 간단하다. 90년생들이 재미있는 컨텐츠를 원하고 그들의 자아실현 방식 또한 재미가 중시된다는 점이다. 자신을 희생해서 기업에 헌신하는 시대는 지났다. 하지만 이렇게 분석한 것 치고 9급 공무원에 집중하는 현상은 상당히 모순적인 부분이 있다. 9급 공무원이 재미있는 직업은 아니지 않은가?
마지막 키워드인 '정직하거나'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저자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의 광풍을 언급하며 '신뢰의 시스템화'를 중시하는 90년생들의 성향을 분석했다 (물론 비트코인 열풍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열풍과는 다르다는 것이 내 생각이지만,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조국 후보자의 딸 관련해서 입시세계에서의 불평등에 대해서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을 보면 그 분노의 정치적 성격을 배제하고서라도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히 신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가 '시스템화'되기를 원한다.
이후에는 이런 90년생들을 기업에 잘 적응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마케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설명들이 나온다. 90년생에 대한 분석만 빠르게 읽고 넘기고 싶다면 앞부분만 읽어도 충분할 것 같다. 기본적으로 책의 뒷부분은 기업가나 간부들을 타게팅하고 쓴 책이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인상깊었던 것은 저자가 90년생들의 특징을 언급하면서 이것이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난 특징이 아니라 사회와 사회구조가 90년생들이 이렇게 행동할 수 없게끔 만들었다는 시각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막연히 90년생들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보는 기성세대의 생각과는 출발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사고방식이 바로 '꼰대'를 벗어나는 방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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