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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으로 적어보는 이야기들

#짧은후기_고려대 조국 딸 진상규명 2차 집회 (+총학생회 주도)

by Major Tom 2019. 8. 31.

우연히 안암에 들린 날이 2차 집회의 날과 맞아떨어졌다. 겸사겸사 2차 집회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구경하기로 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구름사진 한번 보고 가자. 날씨가 너무 예뻤다. 

온라인 커뮤티니에서 자발적으로 조직된 집행부로 1차 집회를 치뤘던 것과는 달리, 2차 집회는 총학생회가 도맡아서 진행하였다. 저번 포스팅에서 총학생회가 여론을 잘 잡고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고 했었는데, 그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했던 2차 집회였다. 

**1차 집회 관련 포스팅 

2019/08/25 - [짧은후기들] - #짧은의견_고려대의 (조국 딸의 부정입학에 대한) 진상규명 시위

준비는 사실상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인 준비물은 잘 갖춰졌으나, 집회시간 공지가 당일 늦은 시간, 집회 시작 얼마 전에 급하게 공지되었고, 총학생회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집회 진행에 대한 내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내분과 관련한 팩트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일반적으로 중운위에서 모두 찬성하는 집회라면 각 단과대 학생회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학생들을 설득해 데려온다. 하지만 이번 시위에서는 중운위원조차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중앙광장에 100여명이 모여 집회를 시작한 뒤 본관으로 행진하여 포스트잇을 붙이고 입장문을 전달하였다. 유튜버들이 굉장히 많았고, 일반 신문사, 방송사 기자 또한 거의 집회 인원만큼이나 많이 모였다. 집회를 구경하는 일반 시민들도 꽤 있었다. 

전체적으로 집회 진행이 미흡했다. 진행자의 미숙과 더불어 중간 중간 침묵이 종종 이어졌고 총학생회장은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총학생회 주도로 시작한 시위 치고는 여타 다른 시위와 비교했을 때 적극성이 상당히 떨어져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전반적으로, 총학생회는 이번 집회에서 학생사회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 일단 '진영논리 배격한다' 등의 구호를 정하는 부분에서도 온라인 커뮤니티 여론과 마찰을 빚었고,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현장에서의 주도력이 부족했다. 

현장에 참여한 학생들은 1차 집회의 기세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총학생회의 미흡한 진행에 대해 학생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었으며 총학생회를 그저 1차 집회를 망치려는 방해물로 생각하는 듯 했다. 총학생회로서는 집회에 반대하거나 중립적인 측의 지지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집회 지지층의 지지도 잃었으므로 얻은게 전혀 없다 하겠다. 

2차 집회에서는 (그 준비 과정에서도) 조국 딸의 진상규명에 집중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집회 중간 난입한 일반인이 조국 사퇴를 외치자 집회 참여자들은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이들은 '진상규명'에 집중하는 것만이 '진영논리'를 배격하는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청문회 개최, 전반적인 입시제도 개혁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한다. 오직 '진상규명' 하나만을 다루는 것이 탈정치, 비정치적인 집회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 경향으로 볼 때, 우리는 몇 가지 사실들을 알 수 있다. 하나는, 청년들이 기성 세대의 정치에 휘말리지 않고 청년의 목소리를 내려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학생회를 바라지 않는 모습은 예전부터 계속해서 보여왔지만 이번 시위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이들은 그저 학내문제에서만 집중하는 것을 원할 뿐이다. 둘째는, '탈정치, 비정치'라는 개념에 대해서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상규명'에 집중하는 것은 비정치적인 구호가 될 수 없다. 차라리 이번 조국 딸 사건을 바탕으로 입시 제도 전반에 퍼져있는 불평등을 바로잡겠다는 명분으로 나아간다면 교육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는 '비정치적'인 요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물론 이것도 비정치적인 의견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더 합리적인 문제제기일 것이다. 하지만 조국 딸의 진상규명에만 집중하는 것은 결국 조국 사퇴를 바라는 쪽에서 불러일으켰던 이슈에 적극 호응함으로써 그 쪽에 힘을 실어줄 수 밖에 없다. 더불어 집회를 바라보는 언론들도 이 집회를 그런 쪽의 시위로 더 집중조명할 확률이 크고,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 '비정치'적인 이슈가 사실은 가장 정치적인 이슈였던 것이다. 

혼돈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대학 사회를 바로잡아 줄 동력이 과연 어디에서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 확실한 것은 이번 총학생회는 완벽하게 실패했다는 것이다.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