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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으로 적어보는 이야기들

#짧은후기_검사내전 (김웅)

by Major Tom 2019. 9. 7.

처음으로 리디북스를 이용해서 "90년생이온다"를 읽은 이후로 두번째로 읽은 책이 바로 검사내전이다. 후기부터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올해 읽은 책 중에 좋은 책으로 손꼽을 수 있을 만한 책이다. 사실 검사에 대한 이미지는 우리 사회에서 좋지 못하다. 어제도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진행하는 데, 아직 정치적으로 결정된 사안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압수수색을 하고 자료를 유출한 정황이 보이며 후보자의 부인을 즉각 기소했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이것이 검사가 잘한 일인지 잘못한 일인지는 둘째치고 검찰이 확실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을 다루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민의 편에 서는 검사'가 한명이라도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나는 검사에 대한 안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고 그것은 상당 부분 검사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도 접하지 못했다는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내 생애 첫번째로 검사가 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분명 저자인 김웅씨는 전형적인 검사는 아닌 것 같았다. 본인이 '생활형검사'라고 말한 것도 그렇고 책 전반적으로 검사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 이 사람은 따뜻한 눈을 가진 검사였다. 스토리들을 하나 하나 읽으면서 이 사람에게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저자는 화려한 지식으로 읽는 독자들을 압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편한 어휘들을 사용하면서 가끔씩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주곤 했는데 종종 크게 와닿을 때가 있었다. 예를 들면 "의는 자신이 베풀어야 하는 것이지 타인에게 바라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사기도 마찬가지다. 사기꾼은 없는 사람, 약한 사람, 힘든 사람, 타인의 선의를 근거 없이 믿는 사람들을 노린다. 이것이 사기의 서글픈 두번째 공식이다." 라는 문장이나 대기업의 동네 시장 프렌차이즈 가게를 비판하면서 "한쪽은 '상'하고 한쪽만 '생'한다. 그래서 상생인가보다."라고 하는 문장들이 있다. 문장력이 상당한 사람이다. 

형사부 소속 검사(본인의 말에 의하면 검사계에서 상당히 천대받는다고 한다)로 활동했던 저자는 자신이 담당했던 사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기서 놀라웠던 것은 검사가 다루는 사건들이 항상 큰 사건들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반 개인들의 고소로 인한 형사 사건들, 교통사고와 관련한 사건들처럼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사건들도 검사가 다루고 있었다. 

- 검찰의 힘을 빼려면 검찰을 이용하려고 하지 말야아 한다. 

책에는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담은 부분들이 몇 가지 있지만, 최근 검찰개혁이 상당한 이슈로 떠오른 만큼 이와 관련된 저자의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법률적인 사건들이 점점 많아지는 만큼 법률가들의 숫자도 늘려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저자는 법률적인 해결이 궁극적인 해결이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주장한다. 형사적인 절차를 통한 해결책은 기본적으로 이분법적이다. 민사가 각자의 잘잘못을 따져 잘못한 비율만큼 죄를 구형하는 것과 달리 형사에서는 더 많이 잘못한 쪽이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합의와 조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더 원만한 해결을 그릴 수 있다. 법률가를 늘리는 것은 그저 쉽게 합의로 해결할 수 있는 사소한 일들을 소송이나 고소를 통해 해결하게 만든다. 요즘 고소와 고발이 넘쳐나는 현실을 보면 이 부분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웅은 검찰 개혁은 다른 것이 아니라 형사 재판을 줄이고 개인 간의 조정과 합의를 늘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검찰이 강한 힘을 가지게 된 이유는 일상 생활에서까지 고소와 고발이 넘쳐나면서 검사가 일반 시민들의 일상에 개입하는 일이 더 많아져서 그렇다고 한다. 검찰이 선을 넘지 않게 하는 방법은 시민들이 스스로 검찰의 힘을 남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수처(공직자비리수사처)의 설치가 검찰 개혁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대표적으로 나)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이다. 오직 검사만이 알아챌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형사처벌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벗어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은 시민들에게 달려있는 문제다. 

- 인공지능은 과연 법조계를 대체하게 될 것인가?

저자는 인공지능이 법조계를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의견에 대해서 오히려 그것이 나을수도 있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과학적 엄정함, 논리성, 객관성, 보편성, 적용가능성, 예측 가능성 등이 법조인들의 가장 큰 무기였는데, 현실에서는 이것이 계속해서 왜곡되고 부패하고 있다. 저자는 "인쇄술이 인류에게 자유와 평등을 가져다주었듯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공평한 법 적용이라는 신천지를 최초로 선사해줄지도 모른다."라며 공정한 법 적용을 인공지능이 더 잘 할 수 있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나도 법조계 쪽에 종사하는 것을 꿈꾸고 있어서 그런지 당연히 인공지능이 법조계를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는데 어쩌면 나도 모르게 이러한 생각이 법조계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무의식적인 생각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연히 전체 시민을 위해서 인공지능이 판결을 더 공정하게 내릴 수 있다면 오히려 인공지능이 판결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본인의 기득권을 생각하지 않고 소신있게 할말을 하는 저자의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검사가 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은 한번도 가져본 적 없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