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간담회가 무려 새벽까지 진행되었다고 한다.
청문회를 자유한국당이 계속해서 미루는 마당에 조국이 그동안의 의혹들에 대해 정식으로 해명하고 발언권을 가지기 위해서 기자 간담회는 적절한 선택일 수 있다.
기자들의 질문은 여전히 날카롭지 못했다.
(오바마가 방한했을 때도 질문 수준이 좋지 못했는데 여전하다..)
그러나 조국 후보자의 답변 역시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특히 국민들의 반발을 일으켜왔던 딸의 의학논문 제1저자 등록 건에 대해서, 그리고 장학금 수혜에 대한 답변은 오히려 더 많은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조 후보자는 “흙수저 청년들은 저 같은 부모가 없어서 저희 아이처럼 합법적이더라도 (인턴십 등의) 제도를 누릴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며 “그 점에 대해 청년들에게 미안하고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에 대해 몰랐으며 알아본 결과 불법은 아니라는 뉘앙스로 말을 했다.
개인적으로 조국은 불법적인 일로 이익을 취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지금까지의 그의 인생을 보았을 때 그럴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발언에서 보여지듯이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은 얼마나 그동안 본인들의 특권에 무지했다. 일반 ‘흙수저’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 대학교 교수와 함께 의학 논문을 쓰는 것은 커녕 소논문을 쓰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드물다.
그것이 특권인지도 몰랐던 것이다. 사실 조국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많은 정치인들이 본인들의 특권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외고를 비판하면서 자신들의 자녀들이 외고를 다니고 있는다든가, 유명 대기업에 아버지의 이름만으로 취업을 쉽게 한다든가, 보좌관이 아무데나 던져 놓은 가방을 가져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고, 지하철비가 얼마가 드는 지 모르는 사람도 있다.
특권은 사실 정치인이나 유명인들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대학에 다니고 있는 대학생들도, 그들의 주변 환경이 받쳐주지 않았다면 다른 결과를 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불공평한 출발선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노력만으로 좋은 대학에 갔다는 것은 사실상 간과하기 쉬운 거짓말이다. 원활히 공부할 수 있는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 이것 자체도 모두가 누리지는 못하는 특별한 권리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사실 조국 딸의 케이스도 이런 것의 연장선, 좀 티나는 과한 연장선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남자들에게도 특권이 있다(반발할 사람이 많겠지만서도). 가부장제 사회라는 것은 실재했고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지금도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집안일에서 벗어나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다. 남자가 특권을 가지고 있다는 데 반발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아마도 특권은 특권이지만 그 특권이 정말 특별한 것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진짜 별거 아닌 특권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 특권보다 ‘손해본다’고 생각하는 일상생활들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특권은 상대적인 개념일 뿐이다. 특권이 곧바로 이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다른사람들과 달리 대우받아야 하는 어떤 이유도 없이 다르게 대우받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특권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특권을 가진 측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 특권임을 모른다는 것은 다양한 계층의 삶에 관심이 없으며 들으려고도 공감하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특권을 특권이라고 느끼려면 다른사람한테는 그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은, 대학에서 촛불드는 학생들은 사실 그것에 분노한 것이 아닐까 싶다. 기득권 층의 과도한 특권, 오직 그들만이 모르고 있는 불평등한 사회. (대학생들의 특권은 둘째치고) 서울대학교의 교수라는 자리가 가져다 준 여러 특권들을 조국은 불법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것을 자연스럽게 누리고 있었음에 대해 분노하는 것이다.
이 흐름을 이어 기득권 층이 가지고 있는 특권들에 주목하고 그것을 깨뜨리는 것까지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보통 좋은 대학에 나오는 학생들이 사회의 기득권층을 이루는 우리 사회에서 대학생들이 진심으로 기득권 층의 특권에 분노해서 보다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보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분노하는 것이라면 조국에서 더 나아가 나중에 본인들이 누리게 될지도 모르는 특권을 깨뜨리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조국의 특권에는 분노하면서도 우리 자신이 혹시나 나중에 누릴 지도 모르는 특권에 대해서는 함구하게 된다면 그것만큼 모순적인 행동이 없을 것이다. 과연 우리 대학생들은 우리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특권들을 내려놓을 수 있을 만큼 용기가 있는가?
조국에 대한 얘기가 특권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 것 같다. 아무튼 조국 후보자와 대학 사회의 향방이 궁금해진다.
'가벼운 마음으로 적어보는 이야기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짧은후기_검사내전 (김웅) (0) | 2019.09.07 |
---|---|
#짧은후기_90년생이온다. (0) | 2019.09.04 |
#짧은후기_고려대 조국 딸 진상규명 2차 집회 (+총학생회 주도) (0) | 2019.08.31 |
#짧은후기_돈명이 할아버지 (이돈명 변호사 전기) (0) | 2019.08.30 |
#짧은의견_고려대의 (조국 딸의 부정입학에 대한) 진상규명 시위 (5) | 2019.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