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군중의 심리구조
1부에서는 군중의 일반적 특성, 군중의 감정과 도덕성, 군중의 사상, 추론, 상상력, 군중의 확신이 띠는 종교적 형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즉, 군중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다룬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군중은 어떤 개인들의 집합이다. 군중들의 집합 안에서는 의식을 가진 개인이 사라지고 감정과 생각이 한 방향으로 향한다. 사람들이 군중이라는 단위 속에서 일체감을 이루려면 일반적인 자질, 생각들을 공유하는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군중 내에서 공유되는 것들은 ‘우수한’ 자질이 아닌 ‘평범한’ 자질이다. 개인은 군중의 일부가 되면 “문명의 사다리를 몇 단계나 내려”가며 “야만인이 되어”버리고 만다.
이 부분은 라인홀드 리버가 쓴 유명한 저서인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의 중심 내용과도 비슷한 것 같다. 두 책 모두 공통적으로 개인과 군중, 사회를 아예 다른 것처럼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중의 일반적인 특성 중에 하나는 암시를 쉽게 당한다는 것인데, 최초의 암시는 쉽게 군중 전체에게로 감염되어 군중을 움직이게 만든다. 저자는 여러가지 역사적 사례를 들어 군중 속에 있는 개인이 관찰력이 쉽게 떨어진다는 분석을 이끌어낸다. 따라서 군중은 사태를 정확히 관망하지 못하며 감정이나 이미지의 형태로 사태를 받아들이게 된다. 어떤 감정이 군중에 표출되면 암시와 감염을 통해 순식간에 전파되고 과장된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다수의 사람들이 있으니 책임감이 분산되어 감정은 한층 더 과격해지고 숫자가 많다는 것은 행동에 자신감을 주어 엄청난 힘을 갖게 되었다는 착각을 주게 된다.
감정이 과장된 군중은 과장된 감정에만 감동하게 되는데, 따라서 “군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은 사람은 과격하고 극단적인 확언을 거침없이 늘어놓아야 한다.” 이성적인 논증보다는 “과장하고 확언하고 반복”해야 한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군중에 대한 아주 냉철한 분석이 아닌가 싶다. 물론 나는 개인적으로 군중의 이성적인 논증 가능성에 대해서 저자만큼 극단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지만 집단행동에 대한 분석은 현대의 분석과도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고 현실에 잘 부합한다. 특히 군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은 사람이 감정을 과장하고 확언하고 반복해야 한다는 부분은 여전히 집회 주도자들에게서 요긴하게 쓰여지는 것 같다. 요즘에는 이성적인 논증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은 것 같다.
군중에게 암시되는 사상은 “절대적이고 단순한 형태”를 지녀야만 우세해질 수 있다. 저자는 이 예로 중세의 그리스도교 사상이나 18세기의 민주주의 사상이 철학적으로 내용이 빈곤한 데도 불구하고 그 시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들고 있다. 확실히 사상적으로 분석되고 연구된 뒤에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진 것보다는 이미 받아들여지고나서 연구와 분석이 시작되었다는 점을 볼 때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물론 민주주의의 경우 홉스와 로크, 루소 등의 정치철학자들의 연구가 있었으나 크게 흥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변화나 혁명 과정에서 그 때의 필요에 의해 차용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아무튼 “절대적이고 단순한 형태”를 지녀야 하는 사상 및 이데올로기는 논리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의 형태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모순되는 사상도 군중 사이에서는 유지될 수 있다. 추론능력 역시 사상을 받아들이는 것과 비슷하다. 논리적인 관계에 따라 추론하는 것이 아니라 “표면상의 관계밖에 갖지 않는 상이한 사실들을 연결하고 특수한 사례를 즉각 일반화해버리는 것”이 빈번해진다. (너무도 현실과 맞아떨어져서 놀라운 부분이다.) 이렇게 때문에 사건이나 이미지들이 군중에게 어떻게 분류되어 소개되는 지가 중요해진다. 저자는 소개하는 사람은 사건이 “응축되어 군중의 마음을 꽉 채운 채 떠나지 않는 강렬한 이미지를 생산”해야 한다고 보았다. 현대 사회에서 언론의 프레임이 엄청난 중요성을 가지는 이유가 나타나있다. 현대 사회에서 이미지를 가장 많이 생산해내는 주체는 단연 언론이기 때문이다.
요컨데 군중은 이성적으로 추론하지 않고, 사상을 일괄적으로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며, 토론이나 반론을 허용하지 않고, 군중을 대상으로 하는 암시는 모든 이해 영역으로 침투하여 즉시 행동으로 옮겨지는 경향을 가진다. 군중의 이런 특성은 파괴적인 행동, ‘악한 행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반대로 숭고한 희생이나 변혁을 일으키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전의 연구자들과는 달리 군중을 악한 존재라고만 생각하지 않았다. 군중의 신념은 맹목적 순종과 완강한 비관용성, 그리고 과격한 선동 욕구를 가졌다는 점에서 “종교적 형태”를 띤다. 저자는 프랑스 혁명에 대해서도 “난폭성과 대량학살, 선동 욕구, 모든 왕들에 대한 선전포고는, 그 혁명이 단지 군중의 정신에 새로운 종교적 신념을 정착시키는 과정에 불과”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군중의 일반적인 심리구조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상당히 날카로운 분석들이 많은데 군중을 너무 얕잡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그의 분석이 현실과 너무 맞아떨어지기에 부정할 수가 없다.
2019/09/18 - [짧은_이야기들] - #짧은후기_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_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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