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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으로 적어보는 이야기들/장애인 인권

장애인복지관에 있던 이용자를 밖에서 만날 때

by Major Tom 2019. 9. 26.

성인 발달장애인들과 매일매일 함께한 지 벌써 10개월이 다 되어 간다. 
이제는 그분들의 일상적인 행동과 기분, 상동행동들을 대체로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종종 있다. 
예를 들면 종종 자신의 몸을 때리는 자해행위를 하는 친구가 하나 있는데, 그 원인을 전혀 알 수가 없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다. 
대충 날씨가 안좋다거나 시끄러운 소리가 나면 그런 것이라고 짐작할 수는 있겠지만 항상 그런 것도 아니기 때문에 확신할 수가 없다. 

아무튼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장애인복지관 밖에서 이용자들을 만날 때에 관한 이야기이다. 

오늘 운동을 하러 가는데 내가 매일 보던 성인 발달장애인 한분을 만났다. 
보통 주변 동네에 있는 사람들이 그 지역 복지관을 이용하니까 만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 분은 나를 보면 항상 반갑게 인사해준다.


"000선생님 안녕하세요!"

"00씨 어쩐 일이에요?"

"000선생님 보고싶어서 왔어요" 

(물론 나를 보고싶어서 이곳에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닐것이다. 길 가다가 갑자기 마주쳤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그런데 내가 느끼는 감정은 반가움 반 걱정 혹은 민망함 반이다. 
이상하게 장애인복지관에서 만나면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들을 밖에서 만나게 되면 좀 민망하고 부끄럽다. 
특히 밖에서 만나게 되면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 같다. 

당연히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거나 민망해할 이유는 없다.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봤다. 
이유 하나는 아무래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을 보니까 내가 장애인과 함께 있는 것을 부끄러워 하는 것 같다. 
이유 둘은 다른 사람들이 이 발달장애인분을 이상하게 보는 것이 싫어서 그런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첫번째 이유가 60%, 두번째 이유가 40% 정도가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음에도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함께 하는 모습을 아직 상상하는 것에 서투르다. 
나 자신이 아직도 그 사람들을 사회에서 아무때나 만날 수 있는 이웃들로 보고있지 못한 것이다. 
10개월 동안 매일매일 같이 시간을 보낸 나도 이정도인데 다른 비장애인 시민들은 발달장애인과 함께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을까? 
생각, 신념과 감정, 행동이 일치하기는 이렇게도 어려운 일인가보다. 

다음번에는 부끄러워하지 말고 좀 더 반갑게 인사해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