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님과 귀머거리는 부정적인 표현일까?
절름발이, 소경, 외팔이, 앉은뱅이, 귀머거리, 벙어리, 곱추, 난장이, 장님, 왜소증, 지랄병, 병신 등...
이 용어들은 모두 장애인을 나타내는 부정적인 어휘이다. 하지만 왜 이것이 부정적인 어휘가 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용어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절름발이: 한쪽 다리가 짧거나 다치거나 하여 걷거나 뛸 때에 몸이 한쪽으로 자꾸 거볍게 기우뚱거리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소경: ‘시각장애인(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인 요인으로 시각에 이상이 생겨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병신: 신체의 어느 부분이 온전하지 못한 기형이거나 그 기능을 잃어버린 상태. 또는 그런 사람. 귀머거리: 귀가 어두워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 등등... |
이 용어들이 부정적인 이유는 바로 특정 신체부위(하필 장애가 있는 그 부위)를 강조하는 용어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외팔이를 보고 왼손을 잘 쓰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저 팔이 한쪽 없는 사람이라고 할 뿐이다. 귀머거리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 자체를 바라보기보다 우리는 귀머거리라는 명칭을 듣게 되면 그 사람의 장애 요소에 주목하게 되고 그 사람은 그 순간부터 하나의 인격체로서 인식되기 보다는 장애를 가진 인물로서 더 주목받게 되는 것이다. 장애부위를 강조하는 표현이기 때문에 이 표현들은 부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 장애인? 장애우? 무엇이 맞는 표현일까?
내가 다니는 장애인복지관에서도 장애우, 장애자라는 표현은 거의 쓰지 않는다. 보통 장애인이라고 부르곤 한다. 하지만 처음에 장애인이라는 말을 부르기는 좀 껄끄러웠는데 아무래도 장애우보다 장애인이 좀 더 삭막한 어감이 있어서 그런듯 싶다. 사실 지금도 장애우라고 부르는 것이 좀 더 친숙하긴 하지만,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은 역시 '장애인'이 맞다.
장애인에 대해 초기에 '장애자'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장애인 복지에 관해서 최초로 우리나라에 등장한 법의 이름은 ''심신장애자복지법(1981)"이다. 이 때부터 장애자라는 명칭이 주로 사용되곤 했다. 하지만 장애인단체에서는 이 명칭에 대해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항의를 하곤 했다.
'자'라는 표현이 들어가는 단어들을 생각해보자. 범죄자, 환자, 피해자, 가해자 등등.. 대체로 부정적인 어휘들이다. 자는 한자로 '놈 자' 자를 쓰는데 애초에 한자 자체만으로도 '자' 라는 표현은 사람을 낮춰 부르는 말이다. 아무튼 장애자라는 표현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장애인 단체에서는 그 대체어로 '장애우'라는 단어가 등장하였다. '벗 우'자를 사용하는 장애우라는 단어는 친구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장애인을 더 친숙한 존재로 인식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장애우라는 단어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반발을 불러오게 되는데, 그 이유는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대의 청년이 50-60대의 나이 많은 장애인들에게 000장애우님~ 000장애우님~ 이라고 부르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뭔가 느낌이 이상하지 않은가? 친구가 아닌 사람, 처음보는 사람에게조차 '친구'라는 표현을 붙임으로써 당황스러울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또한 친숙한 표현을 사용하자는 취지에서 장애우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좋지만, 자칫하면 장애인을 항상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인식하게 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지금은 장애인이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 보너스: 그렇다면 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은 어떻게 불러야 할까? 일반인? 정상인? 둘 다 틀렸다. 애초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며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부르는 것은 더더욱 이상하다.
쉽게 생각하자. 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은 '비장애인'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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