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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으로 적어보는 이야기들/장애인 인권

청각장애인 바이크 선수: 애슐리 파이오럭(Ashley Fiolek) 이야기

by Major Tom 2019. 4. 21.

 

안녕하세요. 오늘은 청각장애인 여성 모토크로스 선수 애슐리 파이오럭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해요!

아래 사진에 있는 분이 바로 애슐리입니다 :) 

 

애슐리 파이로럭(Ashely Fiolek), 출처: VOGUE

 

모토크로스(Motocross)라는 스포츠 종목 들어보셨나요? 우리나라에서는 흔하지 않은 종목입니다. 주로 미국과 유럽 쪽에서 유행하는 바이크 시합입니다. 정해진 트랙 내에서 오프로드 바이크 경기를 하는 것인데요! 세상에서 가장 익스트림한 스포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에 보이시는 것처럼 높은 점프대도 코스 안에 섞여 있어 바이크를 탄 선수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모토크로스는 세상에서 가장 익스트림한 스포츠 중 하나다.

2008년, 이 스포츠에는 예상치 못한 한 도전자가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바로 158cm의 금발 청각장애인 소녀 애슐리 파이오럭(Ashley Fiolek)이죠. 

 

"사람들은 제가 생각보다 클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부츠나 기어를 벗으면 그제서야 '와 너 정말 작구나' 한다니까요." 

 

- 애슐리의 어린 시절

 

애슐리의 부모님이 애슐리가 청각장애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 것은 집에서 일어났던 한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어느날 오후 집에서 부모님이 주방에서 접시를 떨어뜨려 큰 소리가 났는데 그 당시 아기였던 애슐리는 그 소리를 듣고도 꿈쩍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 때부터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해요. 가족력에도 청각 장애는 없었기 때문에 애슐리의 부모님은 그 당시에는 큰 충격이었지만 점차 애슐리를 위해 수화도 배우고 청각 장애 가족들과 함께 놀러가기도 하는 등 여러가지 노력을 했답니다. 

 

애슐리의 부모님은 3살 때 처음으로 애슐리에게 바이크를 사줬습니다 (3살이 어떻게 바이크를 타는지 좀 궁금하긴 하지만요 ㅎㅎ). 그 때부터 바이크를 타기 시작한 애슐리는 7살이 되면서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변 사람들은 애슐리가 청각 장애가 있기 때문에 기어 변환을 할 때 문제가 있을 것(엔진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에)이라며, 빛으로 기어 변환을 표시해주는 장치를 사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언했습니다. 하지만 애슐리와 그의 가족들은 그녀가 기어변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죠. 

 

"2달 정도는 적응이 잘 되지 않았어요. 아빠가 계속 도와주었지만 기어를 바꿀 수도, 진동을 느끼기도 힘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점차 바이크를 느낄 수 있었어요. 기어가 바뀌는 것의 느낌을 알았고, 바이크와 하나가 된 것 같았죠." 

 

오히려 이런 방식으로 바이크를 타는 애슐리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바이크의 모든 진동과 움직임을 이해할 수 있었으며, 바이크에 문제가 있으면 부모님께 달려가는 친구들과는 달리 스스로 바이크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 프로 생활 

 

애슐리는 2008년부터 프로가 되었습니다. 그 해에 미국 여자 모토크로스 챔피언쉽에서 우승을 차지했답니다. 그야말로 혜성같이 나타난 신인이었죠. 하지만 프로로 활동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돈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죠. 애슐리는 혼자서 여행 경비, 바이크 값, 기어 값, 바이크 유지비 등을 감당하기 힘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여자 선수들은 (남자 선수들과는 달리 스폰서가 많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보통 친구나 가족들에게 의존하게 됩니다.

 

하지만 걱정하고 있던 찰나 혼다에서 애슐리를 팩토리 팀에 넣어주겠다는 제의가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여자 선수로서 그런 제안은 굉장히 희귀한 제안이었죠. 18살이었던 애슐리에게 이 일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혼다 외에도 레드불에서도 애슐리의 스폰서가 되겠다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남자 선수들에게도 이는 굉장히 부러운 일이죠. 

 

대회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애슐리는 청각 장애의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출발 전 30~40명의 라이더들과 함께 출발선에서 대기하는 바로 그 순간은 사실 굉장히 긴장되고 시끄럽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던 애슐리에게이 부분은 분명히 장점이 되었죠. 

 

"확실히 출발선에서는 아무것도 듣고싶지 않을거에요. 소음이 (집중에) 굉장히 방해가 되거든요. 하지만 저에게는 쉬운 일이죠."

 

하지만 실제 경기 중에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습니다. 

 

"다른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뒤에 있을 때 바로 알아차릴 수 있지만 저에게는 아니에요. 저는 제 라인을 항상 지킬 수 밖에 없어요. 갑자기 라인을 바꿀 수도 없고 그림자가 보일 때까지 기다리든가 뒤에 있는 사람을 볼 수 있는 커브 구간을 기다려야 해요. 뒤를 돌아볼 수는 없어요. 그것 또한 위험한 일이니까요. 이건 확실한 단점이죠."

 

2009년에 그녀는 또 한번 미국 여자 모토크로스 챔피언쉽 결승전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돌아온 챔피언으로 말이죠.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레이스 도중 애슐리의 바이크에 문제가 생겨 애슐리가 앞으로 튕겨나가게 된 것입니다. 땅바닥에 부딪힌 애슐리는 쇄골이 부러졌습니다. 하지만 애슐리는 처음에는 쇄골이 부셔진 줄 몰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애슐리는 넘어진 이후에도 바로 일어나서 다시 달렸죠. 하지만 애슐리가 점프대에서 점프를 시도했을 때 쇄골이 부셔진 것을 바로 느꼈다고 해요. 부상이었지만 애슐리는 계속 달렸어요. 결국에 그 레이스에서 애슐리는 7등을 했고 챔피언십에서는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어요. 

 

- 은퇴 이후

 

애슐리는 종종 머리를 분홍색으로 물들이곤 했는데, 그 이유는 남자 레이서들에게 여자도 이렇게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애슐리는 프로 생활 5년이 지난 2012년에 은퇴를 결심했습니다. 애슐리는 더 할 수 있었고 모토크로스를 굉장히 좋아했지만 어쩔 수 없이 은퇴를 해야만 했습니다. 애슐리가 처음으로 모토크로스에 입문하던 2008년에는 여성 라이더에 대한 관심도 많았고 스폰서도 많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TV 중계도 줄어들고 스폰서와 후원이 급격하게 줄게 되었습니다. 여성 라이더에 대한 관심도 다시 식었습니다.

 

"제가 트랙에서 목숨을 걸고 경주하는 동안, 프로모터들은 우리를 존중하지 않았어요. 여성 레이서들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필요가 있어요."

 

현재 애슐리는 몇명 되지 않는 여성 모토크로스 코치로서 남자, 여자 아이들이 모토크로스에 입문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답니다.

 


참고자료

 

https://www.bbc.co.uk/programmes/w3csym62

 

BBC World Service - Sporting Witness, Ashley Fiolek - Deaf motocross champion

How a deaf American rider dominated the fast and dangerous sport of women's motocross

www.bbc.co.uk

https://www.vogue.com/article/ashley-fiolek-hear-me-roar

 

Ashley Fiolek: Hear Me Roar

Ashley Fiolek overcame incredible odds to become one of the fiercest competitors in motocross. Jason Gay tracks the improbable rise of a champion.

www.vogu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