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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으로 적어보는 이야기들

대학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영복, <담론> 中)

by Major Tom 2019. 11. 15.

대학은 20세기 민주화를 외치는 중심 세력으로 자리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대학 내의 학생 사회는 민주화 운동의 최전선에서 독재를 향한 투쟁을 끊임없이 해 왔습니다. 대학은 흔히 ‘진리의 상아탑’이라고 불립니다. 권력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고 하고 자본의 이해관계로부터 분리되어 있으며 오직 진리와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데 집중할 수 있는 진정한 자유의 공간임을 지향해 왔습니다. 

하지만 88년 민주화 이후 대학은 점차 상아탑으로서의 가치를 잃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재정난을 이유로 경제적 가치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분야의 학과, 특히 인문학을 다루는 많은 학과는 통폐합하고, 등록금을 높이고 명분도 없는 입학금을 꾸준히 챙겨왔으며 무분별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통해 학위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학내 청소노동자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법망을 피해가는 방식으로 외주를 통해 비정규직 계약을 이어나가고 심지어 특정 대학에서는 총학생회를 무너뜨리기 위해 어용 학생회를 구성해 조직적으로 학생들의 힘을 약화시키기도 합니다. 

대학생들 또한 취업난이 심각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사회정의나 약자와의 연대를 추구하기보다는 학점 관리와 스펙 쌓기, 고시 준비에 모든 열정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정의를 추구하는 것, 진리를 찾는 것, 사회와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현재의 대학생들, 청년들에게는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습니다. 

신영복 선생님은 <담론>에서 대학의 존재 이유에 관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지식인은 ‘계급을 스스로 선택하는 계급’입니다… 모든 혁명에는… 광범한 계급 연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특정 계급의 입장을 배타적으로 고수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급을 선택하는 계급’의 존재와 초계급적 공간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라 하더라도 특정 계급에 갇히지 않는 장기적이고 독립적인 사유 공간이 필요합니다. 대학의 존재 이유입니다. ‘오늘’로 부터 독립한 사유공간, 비판 담론, 대안 담론을 만드는 공간이 바로 대학입니다.” 

‘초계급적 공간’은 현재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 않는 듯 합니다. ‘계급을 선택하는 계급’도 찾기 힘듭니다. 현재의 대학과 대학생들은 더 이상 자본의 논리와 사회 속의 경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대학에서 비판 담론, 대안 담론이 부족한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학만 나오면 취업이 보장되는 그런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세계와 인간에 대한 공부를 할 시간은 부족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니면 자본주의의 압력 속에서 경쟁이 점차 심화되어 이제는 대학교, 심지어 고등학교에서부터 미래에 대해 준비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신영복 선생님은 대학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아주 명쾌하게 설명하셨습니다. 탈계급적인 공간인 대학, 그리고 탈계급적인 존재인 대학의 지식인들은 모든 사회 연대의 기초이고 중심이 됩니다. 대학이 다시 그런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면, 우리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만들기 위한 토양이자 큰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자료: 대학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외국인 전형

 

돈만 내면 입학, 말 안통하는 수업…'유학생 장사'로 멍드는 캠퍼스

서울의 한 사립대 국제교류처장 A씨는 한 해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낸다. 남들은 부럽다지만 정작 A씨는 죽을 맛이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그의 임무인데 갈수록 학교에서 정한 목표치를 채우기가 쉽지 않아서다. A씨는 “외국인 유학생은 재정난에 시달리는 한국 대학들의 마지막 동아줄이 됐다”며 “외국인 유학생이 없었다면 지방 사립대는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 유학생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등록금 동결과 입학금 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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