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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으로 적어보는 이야기들

"에이즈를 조장하는 것은 동성애", 정치권에서의 혐오표현에 대해 알아보자

by Major Tom 2019. 12. 1.

12월 1일은 ‘세계 HIV/AIDS의 날’입니다. 하지만 이 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의 성소수자 혐오는 여전합니다. 참고자료의 기사에 따르면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은 11월 28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게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항문성교로 에이즈에 감염되는데 그걸 조장하는 게 동성애”라며 “소수자 인권이 중요하긴 한데 에이즈 환자가 1년에 1000명이라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되겠냐”고 발언하였습니다.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실과 한국가족보건협회 주관으로 열린 ‘디셈버퍼스트 세미나’에서도 “동성 간 성 접촉이 에이즈 감염의 주된 경로이니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댓글에서는 댓글에서는 동성애가 에이즈 원인이라는 것이 팩트인데 뭐가 문제냐고 오히려 되묻고 있습니다. 오늘은 HIV/AIDS에 대한 ‘팩트’를 확인해보고 왜 이런 표현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 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팩트 분석, 동성 간 성 접촉은 정말 에이즈의 주원인인가?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을 주체로 하여 수립된 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16~2020)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HIV감염인의 남녀 비율은 남자 92.4%, 여자 7.6%이고 나이대별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대는 24.4%, 30대는 28.1%, 40대는 22.8%입니다. 보고서에서는 꾸준히 ‘남성 동성애자’를 감염취약집단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분류한 근거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경로가 밝혀진 사례의 대부분인 99%가량은 성접촉으로 인한 감염사례였음. 그 중 이성간 성접촉과 동성 간 성접촉으로 인한 감염사례의 비는 대략 6:4(3,364명:2,216명) 로서 이성간 성접촉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되나 전체 HIV 감염인의 91.7%가 남성임과 동성애자 역학조사의 어려움 등을 고려할 때 남성동성애자 간 성접촉이 주요 전파경로일 것으로 판단됨”

즉, HIV/AIDS는 거의 무조건 성접촉을 통해서만 감염되며, 이성간 성접촉으로 인해 감염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더 많지만 HIV 감염인의 90%가량이 남성이고, 동성애자들이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조사가 힘들기 때문에 이것들을 고려하면 남성 동성애자 간 성접촉이 주요 전파경로라고 추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추정에 의한 판단이므로 100% 맞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에 이 점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보고서는 남성 동성애자들이 감염취약계층이라고 판단한만큼 이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계획도 보고서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미루어 볼 때 통계자료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팩트”는 안전하지 않은 성 접촉이 HIV/AIDS의 감염 확률을 높인다는 것이고 남성 동성애자들이 감염 취약계층이라는 것입니다. 

 

2. 팩트에 기반한 국회의원의 발언과 댓글의 발언, 소수자에 대한 혐오라고 볼 수 있는가? 

그렇다면 국회의원과 댓글들의 발언에서 우리가 살펴보아야 할 것은 소수자 혐오가 나타나고 있는지의 여부입니다.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의 발언을 살펴봅시다. 이동섭 의원은 명확히 동성애가 에이즈 감염을 조장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팩트에 기반하더라도 틀린 발언입니다. 동성애와 동성 간 성 접촉은 필연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며 실제로 에이즈 감염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안전하지 않은 성 접촉입니다. 이성 연애와 이성 간의 성관계가 다르듯이 동성간의 연애와 동성 간의 성관계는 다르며, 성관계의 안전함 여부는 또 별개입니다. 이동섭 의원은 안전하지 않은 성접촉과 동성애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했으며, 에이즈와 동성애를 연결시켜 동성애 자체가 에이즈 감염의 주요 원인이 된다는 식으로 프레임을 씌웠습니다. 댓글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동성애가 에이즈 원인인 것이 아니라 안전하지 않은 성 접촉이 에이즈의 원인이며, 통계적으로 동성간의 성 접촉에서 감염이 자주 일어난다는 것일 뿐입니다. 

이렇게 원초적인 거부의 대상(바이러스)를 특정 성정체성과 연관지으며 혐오를 조장하고 사람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고전적인 혐오프레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전하지 않은 성접촉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동성애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면 문제의 원인을 특정 계층에게 몰아넣어 사회적인 차별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해당 발언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이므로 혐오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행태가 정치권에서부터 버젓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굉장한 유감입니다. 

- 결론

에이즈 감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것이 아니라 이성이든 동성이든 안전한 성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청소년기에서부터의 교육을 강화해야합니다. 단순히 동성애가 HIV/AIDS 감염을 조장한다는 주장은 동성애만 줄이면 에이즈 감염이 낮아질 수 있다는 잘못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는 감염의 원인을 동성애와 성소수자에게로 돌려 결국 이들에 대한 사회적 혐오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동성애를 원인으로 짚어버리게 되면 원인을 잘못 짚게 되는 오류를 범할 뿐만 아니라 자발적으로 HIV/AIDS 검사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을 주저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는 HIV/AIDS 치료와 전파 방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보건복지부 보고서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도 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경우 아직까지 초기(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던 시절; 1980년 초) HIV/AIDS에 대한 이미지에 고착되어 있는 경향이 있다. 특히 HIV/AIDS에 대한 차별의식이 심각한 수준이며, HIV/AIDS 예방에 필요한 지식수준도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올바르게 원인을 짚어내고 불필요한 성소수자 혐오를 멈추는 것은 성소수자 뿐만이 아니라 HIV/AIDS 감염자의 인권 향상과 비감염자의 감염을 미리 방지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참고자료 

 

"동성애가 에이즈 원인"..소수자 혐오 앞장서는 정치권

1일 ‘세계 에이치아이브이/에이즈(HIV/AIDS)의 날’을 맞은 가운데, 인권 보호에 앞장서야 할 정치권이 되레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등 ‘소수자 혐오’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게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항문성교로 에이즈에 감염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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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ealth Plan 2020, 2016~2020) < 발간자료 < 알림 및 자료실 -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보건복지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을 주체로 하여 수립된 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ealth Plan 2020, 2016~202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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