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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세이10

볼펜쓰는 나이 중고등학교 때는 지우개를 참 많이 썼다. 내가 특히 좋아하던 지우개는 아인 지우개였는데, 매우 깔끔하게 지워지면서도 지우개가 잘 부셔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우개를 썼다는 것은 볼펜이 아니라 샤프와 연필을 이용해 공부를 했다는 것. 요즘에는 볼펜을 거의 매일 쓰면서 공부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지울일도 별로 없게되고 지우개도 온전한채로 몇년간 필통에 보관되어 있는 중이다. 가끔씩 샤프를 쓸 일이 있을 경우 가끔씩만 지우개를 사용한다. 중고등학교에서의 삶, 청소년기에서의 삶은 마치 적고 지울 수 있는 것처럼 실패와 재기를 반복한다. 실수하더라도 지우개로 지울 수 있으므로 큰 걱정이 없다. 그렇지만 흑연으로 적은 흔적들은 종종 번지곤 한다. 청년이 되면서 시작하게 된 볼펜의 삶. 볼펜은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 2020. 5. 8.
오늘 하루도 이렇게 끝났다. 어떻게 끝났냐고? 그냥 무난하게 끝났던 하루인 것 같다. 우리 아버지는 항상 술을 마시고 들어오면 일장 연설을 하신다. 나와 내 동생을 식탁에 불러앉혀놓고 항상 꿈을 크게 가지라고 말하신다. 아무래도 내가 현실성이 없이 이상주의적이고 낙관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까닭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기 때문인 것 같다. 며칠 전에는 이태원클라쓰 웹툰을 2~3일만에 정주행했는데, 거기 나오는 주인공인 박새로이가 아무래도 나나 내 아버지의 극단적인 모습이 아닌가싶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살아만 있다면 이런건 아무것도 아니다. 낙관주의적이고 긍정적이다. 신념을 잃지 않는다. 차이점이 있다면 나는 그렇게 신념있는 사람은 아니다. 내가 신념있어 보이는 것은 내 신념의 심지가 굳게 불을 밝히고 있어서이기 때문이 아니라 제도와.. 2020. 3. 29.
하루를 마치며 월요일이지만 월요일 같지 않은 하루였다. 9시 출근으로 시작하는 내 삶. 오늘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폭락하는 주식장을 보며 '나는 장기투자자다.. 나는 장기투자자다..' 다시한번 되새기며 핸드폰을 치운다. 상당히 손해가 많이 났는데, 어차피 여유자금이고 오래 둘 생각으로 넣었으니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전화를 받았다. 타인을 평가하는 것에 대해 지적을 받았다. 나는 타인을 평가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의도하지 않았던 것과는 관계없이 듣는사람에겐 내가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타인을 평가한다고 하는데 특별한 것은 아니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오 저사람 특이하네' 하는 정도였다. 크게 부정적인 말은 안할지라도 자신을 신경쓰는 사람이 있다.. 2020. 3. 23.
커피 한잔을 먹기까지 겪어야 하는 내면적 갈등에 관하여 일단 예쁘게 캘리그래피로 글씨를 적어보았는데, 정확히 말하면 이 커피컵(정확히 말하면 컵은 아니고 뜨거운 컵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종이 껍데기이지만)은 오늘 받은 것이 아니다. 오늘은 내면적 갈등 끝에 결국 패배하고 말아서 커피를 사먹지 못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이 글을 쓴 이후에 또 자신감이 생겨서 문을 박차고 나가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커피 한잔을 사먹기까지는 많은 갈등이 쫓아오는데, 일단 그 갈등은 적어도 커피가 몸에 안좋을 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하루의 한잔 정도의 커피는 두뇌 활성화에 도움이 되니까 건강상 이유로 커피 구매에 대해 망설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이 첫번째 갈등인 것인가? 일단 커피를 사 마시러 나가.. 2020. 3.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