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야기는 경향신문의 짧은 이야기로 시작하려고 한다.
발달장애아인 예현이는 7살이지만 지능은 두 살 반 수준이다. 다음 내용은 기사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예현이는 매일 지각을 한다. 20㎏짜리 휠체어에 몸무게 17㎏의 예현이를 성인여성이 매일 밀고 가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지도가 보여주는 최단거리는 바로 옆에서 차가 다니는 좁은 인도이거나, 중간중간에 전봇대가 박혀 있었다.
휠체어는 한 번에 지나갈 수 없다.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차를 피해 멈추고, 지나가는 행인을 피해 서고, 높은 턱을 오르느라 멈추다보면 35~40분은 족히 걸린다.
학교까지 올라가는 데 성공하면 다음은 계단이 나온다. 예현이의 교실은 1층이 아닌 2층에 있다. 엘리베이터는 없다.
1층부터 4층까지 계단을 통하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급식카트 엘리베이터가 전부다.
거기에 아이를 실을 순 없으니 예현이는 엄마가 안고 계단을 오르고, 휠체어는 엄마와 또 다른 성인이 그때그때 들어 올린다.
엄마는 “이동이 불가능한 아이 교실을 2층에 배치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했다.
예현이를 담당하는 강서양천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는 “아이를 1층 구석에만 놔두면 안 된다.
아이를 2층에 놔두고 다 함께 어울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엘리베이터가 있다면 맞는 말이지만 이 학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인간의 기본권 중 하나이다. 이처럼 장애가 있는 친구들이 시설 이용에 불편함으로 인해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장애인에 대한 기본적인 인권은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옛날에 건물을 디자인 할 때는 장애인의 사정까지 고려할 틈이 없었다. 특히 학교 시설물 같은 경우 오래된 곳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고 경사로 또한 미비한 곳이 많다 (요즘에는 많이 바뀌고 있는 추세인 것 같다). 내가 다니는 대학교에도 계단이 굉장히 많은데 경사로가 없어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이동하는 것이 굉장히 불편했고, 수업을 들을 때도 전용 책상이 없으면 진입 조차 힘들어 하는 모습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란?
(*개념출처: 충북복지넷)
유니버셜디자인이란, ‘모든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PEOPLE)’이라고 하며, 연령과 성별, 국적(언어), 장애의 유무 등과 같은 개인의 능력과 개성의 차이와 관계없이 처음부터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 건축ㆍ환경, 서비스 등의 구현 (디자인)을 의미한다.
유니버셜디자인의 선구적 인물로 알려진 미국의 로널드 메이스(RONALD LAWRENCE MACE. 1941-1998)가 생전에 몸담고 있었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 대학의 유니버셜디자인센터(THE CENTER FOR UNIVERSAL DESIGN)는 다음과 같은 7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1. 누구나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누구라도 차별감이나 불안감, 열등감을 느끼지 않고 공평하게 사용 가능한가?
2. 사용성의 융통성: 서두르거나, 다양한 생활환경 조건에서도 정확하고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가?
3.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 직감적으로 사용방법을 간단히 알 수 있도록 간결하고, 사용 시 피드백이 있는가?
4.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정보: 정보구조가 간단하고, 복수의 전달수단을 통해 정보입수가 가능한가?
5. 오류에 대한 포용력: 사고를 방지하고, 잘못된 명령에도 원래 상태로 쉽게 복귀가 가능한가?
6. 적은 물리적 노력: 무의미한 반복동작이나, 무리한 힘을 들이지 않고 자연스런 자세로 사용이 가능한가?
7. 접근과 사용을 위한 충분한 공간: 이동이나 수납이 용이하고, 다양한 신체조건의 사용자와 도우미가 함께 사용이 가능한가?
쉽게 말하면 어떤 것을 디자인 할 때 애초에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게끔 제작하는 것이다. 이용자들의 평균적인 수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게끔 디자인 하는 것이다.
- 유니버셜 디자인의 적용사례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이미 유니버셜 디자인이 적용되고 있다. 유니버셜 디자인은 장애인을 위한 어떤 특별한 장치가 아니다. 정의에서부터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한 만큼 유니버셜 디자인은 모든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여준다.
가장 대표적으로 지하철 손잡이가 있다. 서울의 지하철을 이용해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지하철 손잡이의 높낮이가 다 다르다. 또 우리가 흔히 먹는 캔음료에도 캔 따개 부분에 점자로 그 위치가 표시되어 있다. 또한 서울시에서는 저상버스라는 것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다리가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 버스 탑승구의 계단을 전부 없앴다. 유니버셜 디자인이 적용된 도서관에서는 도로 진입부부터 도서관 입구까지 모든 계단을 없애고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도서 등을 많이 구비해놓았으며, 한 어린이 도서관에서는 영유아의 신체 사이즈를 고려하여 무인 대출반납기의 높이를 다르게 해 놓았다고 한다.
- 아직 갈 길이 멀다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장애인이 비장애인처럼 자유롭게 삶을 살아가기에는 아직 힘든 부분이 많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것은 분명 힘들고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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