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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으로 적어보는 이야기들

담론이 재생산되지 못하는 학생사회

by Major Tom 2020. 2. 12.

학생사회가 예전같지 못하다는 말이 많다. 학생회를 비롯한 학생사회의 주축 조직들이 활발하게 활동하지는 못하고 있다. 많은 대학교의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후보가 없거나 후보가 나오더라도 구설수에 올라 당선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학생회의 경우 당선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학생회의 일상 업무를 수행하게 되는데, 너무나도 잦은 비상대책위원회로 인해 이제는 비상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이다.

학생회가 예전만큼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일단 1990년대 이전에는 민주화라는 거대한 이슈를 중심으로 토론하고 행동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사회가 다양해지고 학생들의 이해관계 또한 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모두의 이해를 모을 수 있는 공통적인 이슈들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학생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동력이 약화되어갔다. 학생회가 직접 의제를 발굴할 수 있는 동력이 약해진 것도 학생들을 결집시키는데 실패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민주화라는 하나의 거대한 이슈가 모든 사회적 정치적 세력들을 모아주던 시대가 지나자 각 사회단체들과 이익집단들은 각 계층과 직업의 이해관계를 각자 지켜나가기 시작했다. 교원단체가 교사들의 이해관계를 대표하고 노조들이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를 대표하듯이 학생회도 범사회적 이슈보다는 학생사회 내에서 이슈들을 발견하고 이를 대상으로 학생들을 결집시키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최근 학생회가 주목했던 이슈들은 대학 등록금 문제, 학생들의 교육권 문제, 각종 축제 등 일상사업, 학생복지, 학생인권침해사건 방지 및 해결, 학내 주요 사안에 대한 학생 참여, 대학비리 감시 등에 집중해왔다. 주로 학내 이슈에 머물러 왔던 것인데,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해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슈가 변한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각각의 이슈에 대한 담론들이 계속해서 재생산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는 학생회가 사건 발생 후 대응하는 방식으로 일처리를 해오다보니 사전에 담론을 쌓아갈 여유도 없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치열하게 취업을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낮아진 학생회 참여 연령으로 인해 고학번들이나 학생회 경험자들이 다음 세대에 담론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해서일수도 있다. 학생사회는 새로운 의제를 발굴하고 담론을 재생산하기는 커녕 현재 있는 담론조차도 겨우 물려받아 이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학생회조차 자체적으로 의미있고 두터운 담론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데 학생회 또는 학생사회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을 설득하고 동원하는 일은 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담론이 이어지지 않는 이유로 생각하는 것은 학생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는 사람들이 적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랫동안 활동한 사람들, 흔히 말하는 ‘화석’들은 학생회의 담론과 의제가 꾸준하게 유지될 수 있게 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학생회들이 옛 자료들을 보관할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베이스 보관시설이나 제도가 미비한 상황에서 경험 많은 인적 자원들의 존재는 더욱 중요해진다. 하지만 요즘에 이런 ‘화석’들은 꼰대라는 비판을 너무 의식해서인지, 취업경쟁을 위해 서둘러 뛰어들어야 하는 사회적 상황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학생사회에서 점점 더 빨리 떠나가고 있다. 담론 재생산의 기초가 되는 이런 인적 자원들이 사라지게 된다면 학생회는 어떤 강력한 사회 이슈가 떠오르지 않는 한 그 동력을 계속해서 잃어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