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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으로 적어보는 이야기들

#짧은후기- 민주주의 헌법론 (국순옥)

by Major Tom 2020. 2. 21.

제목이 아주 멋지다. 민주주의 헌법론. 하지만 민주주의 헌법론의 내용은 가볍게 볼 수 없다. 국순옥 선생님의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어디서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선생님의 글을 만나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민주주의 헌법론’은 하나의 내용으로 이어진 단행본은 아니다. 책은 하나로 되어있지만 책의 서두에서는 ‘민주주의법학연구회’에서 국순옥 선생님의 여러 글들을 모아 책으로 출판한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렇지만 모든 글들은 민주주의 헌법론이라는 주제를 이해하기 위해 적합하게 구성되어 있다.

책은 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편인 관점과 시각, 제2편인 쟁점과 입장, 제3편인 강론과 시평이 바로 그것이다. 관점과 시각에서는 헌법론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헌법학자들의 헌법을 바라보는 관점 및 시각들을 소개하고 있다. 홉스, 로크, 루소, 헤겔, 슈미트, 하버마스 등의 학자들의 이론과 한계를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러한 학자들의 기본적인 이론을 안다는 가정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 이들의 이론을 접하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도 그랬다. 홉스, 로크, 루소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고 있었지만 헤겔, 슈타인의 이론이 설명되고 있을 때에는 이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도 제대로 읽었는지 확신이 없다. 2편에서는 쟁점과 입장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는데, 본격적으로 헌법해석에 대한 여러 쟁점, 그리고 이 쟁점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의견을 소개하고 있다. 국순옥 선생님은 본인의 글에서 계속해서 독일의 헌법들을 인용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독일 헌법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셨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헌법이 독일 헌법과 많이 닮아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헌법도 대륙법 계열이기 때문이다. 제3편에서는 강론과 시평이다. 제1편과 제2편을 대충이라도 읽었다면 제3편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는 우리나라의 헌법도 종종 언급되고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언급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제1편과 제2편에 비해 쉽고 친숙하게 글을 읽어나갈 수 있고 국순옥 선생님의 입장과 주장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다. 책에서 사용된 단어들과 문장들은 단호하고 명료하다. 또한 이해하기는 쉽지 않아도 상당히 논리적으로 글이 쓰여져 있다. 시간내서 천천히 읽는다면 내용 이해에 무리가 없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기에는 방대하므로 인상깊었던 몇몇 구절들을 인용해보도록 하겠다.

“헌법은 사회집단들 사이의 역학관계, 그 가운데서도 특히 계급적 대항관계를 일정 부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부르주아 헌법의 특색은 계급적 대항관계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내용과 형태를 분리시켜 자신의 계급적 내용을 철저히 은폐하는 이른바 이중화 전략에 있다. 따라서 부르주아 헌법은 본질적으로 부르주아계급의 사적 이익을 표현하면서도 현상적으로는 일반의지의 표명이라는 초계급적 형태를 띠게 된다. 그것은 부르주아 헌법이 부르주아계급의 사적 이익을 최종적으로 담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배의 정당성, 즉 부르주아계급의 지배에 대한 피지배계급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하여 국민주권의 원칙, 법 앞의 평등의 원칙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각종 기본적 인권에 관한 상세한 규정들을 두고 있는 데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헌법이 부르주아 헌법의 범주에 속하는 한, 헌법 내부의 이 같은 모순을 과학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민주주의 변혁운동의 관점에서 볼 때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므로 헌법 내부의 모순을 적절히 활용하여 헌법을 민주주의 변혁을 위한 투쟁의 무기로 벼리는 창조적인 해석 작업은 변혁 지향의 민주주의 헌법학이 온몸으로 떠안아야 할 역사적 과제라고 하겠다.” p.173-174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헌법해석에는 반드시 해석 주체의 주관적 가치판단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해석이 객관성을 주장할 수 있기 위하여는 그것이 준거틀로 삼아야 할 보편적 가치가 존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헌법해석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제시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인류가 지금까지 체험해온 역사발전의 법칙적 경향성으로 미루어 이제까지의 인류 역사는 인간해방을 위한 투쟁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헌법해석이 준거틀로 삼아야 할 보편적 가치는 다름 아닌 인간해방의 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인간해방 이념의 핵심이 인간의 자기소외의 극복과 인격의 전면적 발달에 있다고 한다면, 우리는 이 두 지표를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헌법해석이 지향해야 할 최고이념으로 설정해도 좋을 것이다.” p. 179

 남성보통선거제도가 실마리가 되어 정치 부문의 민주주의화도 어느 정도 실현되고 이를 계기로 정치 부문의 자유주의화 또한 눈앞의 현실로 다가옴에 따라, 이제까지 대립관계에 있던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서로 만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가 마련된다... 민주주의의 기본이념인 평등의 원칙은 형식적 평등, 즉 기회의 평등을 의미할 뿐, 그것이 담고 있는 적극적 측면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처럼 민주주의를 자유주의의 틀 안으로 끌어들여 그것을 정치적 기회의 평등으로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축소해석한 것이 다름 아닌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이다...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에서 민주주의적 덕목을 굳이 손꼽아본다면, 정치적 기회의 평등을 제도적으로 구체화한 보통선거제도가 고작일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는 기껏해야 보통선거제도 더하기 표현의 자유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p. 198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이 같은 위기(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과 프랑스에서의 공공질서법, 공공질서유지조치 등 집회나 집단시위의 자유 제한)는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결정적인 국면을 맞게 된다... 동서 냉전구도가 뿌리내림에 따라, 두 체제의 이데올로기 각축도.. 파시즘 대 민주주의의 대결구도에서 민주주의 대 전체주의의 대결구도로 바뀌게 된다... 냉전자유주의는 말 그대로 동서 냉전시대의 자유주의이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대립개념으로 전체주의를 설정한 다음 전체주의의 고전적 사례로 공산주의를 든다... 냉전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적 실체는 반공산주의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냉전자유주의적 반공산주의와 전투적 민주주의가 손을 잡고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대안으로 새롭게 조명을 받게 된 반공산주의적 민주주의가 다름 아닌 자유로운 민주주의이다... (자유로운 민주주의의) 민주주의적 실체가 있다면,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로부터 물려받은 보통선거제도가 고작일 것이다... 자유로운 민주주의는 한마디로 말하면 보통선거제도 더하기 반공산주의이다.”

p. 199-200

“아무튼 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고전적 형태라면, 자유로운 민주주의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반동적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자유로운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반자유주의적이다. 그것이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무엇보다도 호전적 공격성(매카시즘 등)이다.”

p. 200-201

“헌법을 가치중립적 경기규칙(반대: 가치당파적 헌법)으로 보게 되면, 헌법의 중심축이 기본권 부문에서 통치기구 부문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통치기구 내부에서도... 의회 우위의 권력분립이다... 헌법과 법률의 차이는... 본질적으로 해소되고 만다. 따라서 기본권의 보장도 법률적 보장의 형태를 띠게 되고, 그 결과 법률제정 주체인 의회의 권위도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이처럼 가치중립적인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헌법에서는 의회가 통치기구 한가운데 자리잡게 됨으로써 의회의 국민대표기능이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따라서 참정권의 비율이 높아지는데, 이는 보통선거제도의 확립과 더불어 이미 실현된 상태. 따라서 표현의 자유가 중요해지게 된다.).. 참정권과 표리관계에 있으면서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질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는 표현의 자유, 즉 언론 및 출판의 자유와 집회 및 결사의 자유가 기본권 체계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표현의 자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사상의 자유이다. 사상의 자유는 경제적 자유주의의 대원칙인 자유경쟁의 원리를 사상의 영역에 옮겨놓은 것으로 적극적 이의제기는 물론 반체제 이단사상까지도 수용할 수 있는 정치적 가치상대주의를 전제로 한다.”

p. 205-206

“자유로운 민주주의에서는 그 특유의 반자유주의적 호전적 공격성이 그대로 투영되어... 적과 동시의 식별이 정치의 본질적 속성으로 자리잡게 되고, 이에 따라 헌법도 이데올로기적 대결구도를 기본 얼개로 하는 자기완결적 가치체계로 이해하기에 이른다... 헌법이 이처럼 특정 이데올로기에 초점을 맞춘 자기완결적 가치체계로 탈바꿈하게 되면...(그리고) 헌법에 대한 전인격적 충성을 요구하면, 헌법은 지배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한 일종의 정치강령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이 같이 헌법이 정치적 행동강령으로 둔갑하여 가치당파적 입장에 서게 될 경우, 정치적 가치상대주의에 바탕을 둔 관용의 헌법문화는 공염불이 되고, 헌법과 폭력장전은 단지 종이 한 장의 차이일 뿐이다.”

p. 206- 207

“가치는 본래 폐쇄적이다. 그것은 정오의 태양 아래 서기를 본능적으로 거부한다. 따라서 가치는 밀실평의의 대상은 될지언정 공개토론의 대상은 되지 못한다. 헌법이 자기완결적 체계를 고집하는 한, 의회의 시대는 마침내 가고 헌법재판소의 시간이 오게 되는 것도 바로 그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중심이 헌법재판소로 옮겨지게 되면) 헌법해석권을 독점하고 있는 사법과두집단이야말로 참된 의미의 주권자(가 된다).”

p. 207

“사상의 자유는 인간의 자유 가운데 가장 고귀한 것이다... 사상의 자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창조적 부정의 정신이다. 따라서 사상의 자유가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사회 발전의 밑거름이 되려면, 반체제 이단사상까지도 함께 껴안을 수 있는 정치적 가치상대주의가 공동체의 기본 원리로 자리 잡아야 한다.”

p. 209

“자유로운 민주주의적 기본질서의 반자유주의적 본질이 전투적 민주주의의 기본 동력인 반공산주의의 필연적 귀결이라고 한다면, 자유로운 민주주의적 기본질서의 반민주주의적 본질은 전투적 민주주의의 기본 속성인 억압과 배제의 직접적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로운 민주주의적 기본질서의 반자유주의적 본질이 이처럼 반공산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 자유로운 민주주의적 기본질서가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는 자명하다고 할 것이다. 그것은 현실의 자본주의사회를 초역사적 자연질서로 보고, 이를 현재의 어느 이 시점에서 무조건 그리고 영구히 동결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자본주의사회가 초역사적 자연질서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나가기 위하여는 변화의 관점을 중시하는 사회적 비판의식이나 창조적 부정의 정신을 초동단계에서 제압할 수 있는 억압과 배제의 기제가 필수적인 요건이 된다. 자유로운 민주주의적 기본질서가 반자유주의적 본질에 더하여 반민주주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유로운 민주주의적 기본 질서는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를 기본 뼈대로 하되, 거기에서 민주주의의 살을 발라낸 반민주주의적 자본주의사회 그 자체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p. 255

“경쟁 당사자인 각 정당들은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한 나머지 정치적 위험부담이 큰 현안일수록 이에 대한 정치적 결단을 가능한 한 회피하려고 한다...이들 두 정당이 앞다투어 달려가는 마지막 피난처가 다름 아닌 연방헌법재판소이다... 연방헌법재판소가 이처럼 정치적 책임 벗기에 혈안이 된 기회주의 정당들의 총알받이로 놀아나게 되면, 정치 부문의 자기소외 현상은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총알받이 역할 덕분으로 정치의 폐허 위에 우뚝 서게 될 연방헌법재판소의 정치적 영향력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연방헌법재판소의 급부상은 부르주아 헌법문화의 조락기에 볼 수 있는 일종의 정치적 병리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p. 359

“이처럼 국가 주도 자본주의적 경제발전전략에 따라 독점자본들이 인위적으로 배양됨에 따라 자본주의 발전의 내발적 추동력이 밑으로부터 형성될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 취약성은 이미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것이다. 그 결과 밑으로부터 자연 발생적으로 성장한 부르주아계급이 존재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부르주아 계급이 차지해야 할 사회적 공간을 대신 채우고 있는 것은 국가 주도 자본주의적 경제발전전략의 그늘 아래에서 양적 성장을 거듭한 천민부르주아계층이다.”

p. 385

“시민사회론의 분화 과정에서는 물론 다양한 입장이 등장한다... 하나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정치사회나 경제사회로 환원될 수 없는 비국가적, 비시장적 영역인 생활세계를 정치사회와 경제사회를 매개하는 일종의 상징적 공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민사회를 이 같은 논리적 맥락에서 이해한다면, 시민사회의 범주는 헌법실천적 관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정치사회의 핵심인 국가권력뿐만 아니라 경제사회의 핵심인 시장권력과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이 두 권력에 대한 저항과 통제의 거점으로 기능하게 될 헌법실천의 자율공간을 상정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의 행위주체는 말할 것도 없이 시민이다.”

p. 408

“나아가 시민사회가 자유 평등 그리고 독립의 인격주체인 기본권 담지자들이 헌법실천의 주체로 역동적인 활동을 펴나가는 헌법실천의 자율공간으로 자리 잡으려면, 우리 헌법의 기본 원리인 민주주의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발상전환의 출발점은 말할 것도 없이 민주주의의 탈주술화이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탈주술화는 그 실마리를 국민주권원리와의 단절에서 찾아야 한다. 알다시피 국민주권은 우리 헌법에서 민주주의의 총체성을 담보하여야 할 기본원리이다. 그러나 국민주권원리가 관념적 통일체에 지나지 않는 국민을 주권의 담지자로 상정하는 순간 그것은 왕권신수설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신화로 전락하게 된다. 따라서 국민주권원리와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그 테두리 안에 갇혀 있는 한, 민주주의 역시 우리 헌법현실의 중층적 모순구조를 담아내지 못하는 일종의 지배 이데올로기로 탈바꿈하게 된다.”

p. 409

“기본권 담지자 시민들의 사회적 교통양식으로 (민주주의가) 자리잡아야 한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호승인, 시민자치, 시민참여, 그리고 시민연대의 원칙들이다...민주주의가 기본권 담지자 시민들의 사회적 교통양식으로 제 구실을 다하기 위하여는 시민연대의 원칙이 시민사회의 한가운데에 뿌리내려야 한다. 시민연대는 한마디로 말하면 상호승인, 시민연대, 시민자치, 그리고 시민참가를 밑에서 떠받치고 있는 일종의 버팀목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기본권 담지자 시민들이 경제적 소외, 사회적 갈등, 문화적 편견 등으로 말미암아 헌법실천의 주체로 나서기를 주저하거나 포기할 때 이들을 헌법실천의 주체로 다시 묶어내기 위한 시민사회의 집합적 자구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가 이처럼 상호승인, 시민자치, 시민참가, 그리고 시민연대의 원칙들에 터 잡고 기본권 담지자 시민들의 사회적 교통양식으로 자리 잡을 때 시민사회담론의 핵심주제인 시민사회적 민주주의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 p. 409-410

“국민주권은 군주주권과 인민주권의 중간 형태이다. 군주주권이든, 국민주권이든 또는 인민주권이든, 주권 문제의 핵심은 국가권력의 주체가 누구인가, 즉 국가권력이 최종적으로 누구한테 귀속하는가이다. 군주주권의 경우 자연인 군주가 국가권력의 주체인 데 반하여, 인민주권에서 국가권력의 주체인 인민은 자연인 집단인 개별 유권자들을 의미한다. 그러나 국민주권이 상정하는 국민은 국적 보유자들의 총체이다. 국적 보유자들의 구체적 개별성을 사상하고 그들을 국적 보유자라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무조건 한데 묶어 단일의 의사능력과 행위능력을 지닌 거대 주체, 교과서적 표현을 빌리면 추상적 통일체로 내세우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먼 관념적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한 의미에서 관념적 허구의 산물인 추상적 통일체로서 국민은 일종의 이데올로기적 상징기호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p.443

더 좋은 문장들이 많지만 직접 읽지 않으면 이해하기 쉽지 않다. 마지막 인용문인 국민주권에 관한 부분은 상당히 인상깊다. 국민주권이 당연한 것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오히려 그런 ‘국민주권’이라는 말이 주권을 국민이라는 추상적 통일체에 맡겨버리고 정작 진짜 개별 국민들인 인민은 주권자로서 제대로 서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존의 관념을 깬다. 사실상 이 부분이 민주주의 헌법론이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을 외치고 있는 우리 헌법은 정작 개별 인간들의 주권은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자기소외의 극복과 인격의 전면적 발달을 기초로 헌법을 새롭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