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조래빗에 대한 간략한 후기를, 사실 영화 본 직후에 했어야 하는데 경황이 없어 이제야 하게 되는 것 같다. 영화 직후에 생각나는 점은 참 많았는데 이제야 쓸려니 기억하기가 벅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내가 본 영화들 중 명작으로 손꼽을 수 있는 정도의 영화라고 감히 생각한다.
갑작스럽게 2월 중순 영화를 보러가자고 마음먹었고, 2월 중순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여파로 영화 상영작들이 죽을 쑤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남산의 부장들’은 흥행하고 있었는데, 뭔가 내키지 않아서 이 영화를 선택했다. 이번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탔는데, 이 ‘조조래빗’도 사실 후보중에 하나였다는 점도 영화를 볼 수 있는 동기를 충분히 만들어 주었던 것 같다. 포스터도 보지 않았고 대충 줄거리만 보고 영화를 보러 갔다.
비슷한 영화로 흔히 언급되는 것이 ‘인생은 아름다워’인데, 그 이유는 짐작컨데 ‘홀로코스트(유대인학살)’를 주제로 하는 영화 중 두 영화 모두 꼬마 아이를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아름다워’가 유대인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작품이라면, 조조래빗의 주인공인 ‘조조’는 나치를 너무나도 숭배하는 10살 독일 꼬마아이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조조는 항상 상상속의 친구로 ‘히틀러’를 데리고 다니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아마도 조조의 나치적인 생각들을 보다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 같다. 영화 중간중간마다 ‘히틀러’는 조조의 머릿속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직접 출연한다. 조조와 함께 대화하며 나치적인 입장에서 조조를 설득한다. 전쟁이 끝나고 조조가 나치즘에서 깨어나게 될 즈음에 상상속의 ‘히틀러’는 창문 밖으로 뛰어내려 사라진다. ‘히틀러’라는 가상의 인물을 설정하여 순수한 조조라는 아이의 영혼과 분리시켰고, 조조가 나치적인 생각들을 벗어나는 것을 직접 상상속의 히틀러가 뛰어내리는 것으로 표현함으로써 조조가 다시 아이의 순수성을 회복한다는 것을 표현하는데 있어 개인적으로 이러한 부분이 상당히 인상깊은 영화적 묘사라고 생각된다. 아이였기에 망정이지 어른이 주인공이었다면 이러한 묘사는 오히려 나치 추종자들을 정당화하는 (그냥 세뇌당했을 뿐이라는) 요소가 되었을 것이다.
조조는 집안에 숨어있는 유대인 소녀 ‘엘사’와의 대화를 통해 유대인에 대한 악의적인 묘사가 헛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된다. 유대인은 뿔이 달렸고 악마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고 사람을 먹기도 한다고 생각하는 조조의 생각이 점차 바뀌어가는 모습을 재미있게 스토리로 엮어내고 있는데, 아주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전개시킨 점이 인상깊다. 특히 영화 막바지에 조조의 친구 ‘요키’가 독일이 전쟁에서 패하고 나서 이번엔 유대인들이 아니라 러시아 사람들이 뿔이 달리고 악마같다는 이야기를 전해주는 모습은 유대인에 대한 허위적인 묘사가 얼마나 덧없던 것인지 날카롭게 보여주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요키가 말하는 이 부분이 영화의 백미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영화의 스토리도 좋지만 카메라 구도가 정말 기가 막힐정도로 좋다. 특히 조조와 조조의 엄마(스칼렛 요한슨)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강가에서 노는 장면은 마치 전쟁상황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그리고 나치라는 것은 끼어들 수도 없는 것처럼 아름답고 예쁘게 묘사된다. 풍경이 너무나 예뻐서 한번 여행가보고 싶을 정도이다.
‘기생충’도 재미있게 봤고 대단한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조조래빗’ 역시 뒤지지 않는다. 명작 모음에 보자마자 추가됐다. 아직 안보신 분들은 (아직 상영하고 있다면) 꼭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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