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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쎄이

6월 2일 잡생각

by Major Tom 2020. 6. 3.

요즘 일하는 내내 비트코인을 들여다보는 친구를 보며 든 생각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투자(내가 보기에는 투기다)를 통해 10억을 벌겠다고 하는 이 야심찬 청사진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마다 이렇게 투기로 번 돈에 세금이 전혀 매겨지지 않는다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생각이 종종 든다. 비트코인 뿐만이 아니라 건물 차익으로 수익을 얻는 갭투자, 건물만 사놓고 있어도 저절로 굴러들어오는 임대료, 가치투자가 아닌 주식투자까지 일하지 않고도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참 많다. 물론 이 예시들에 대해서 이견이 있을 수는 있으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불로소득이다. 상속? 불로소득이다. 부자집에서 태어나는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는지는 전생에서 내가 뼈빠지게 일했는지 놀고 먹었는지가 중요한게 아니다. 전생에 내가 예수이든 부처이든 공자이든 아니면 히틀러로 태어났었더라도 그건 어떤 수저를 물고 태어나는지와 전혀 관계가 없다. 부동산으로 벌어지는 수익? 불로소득이다. 건물을 사놓고 가만히 앉아서 임대료로 수익내는 것. 그것은 명백히 일하지 않고 버는 돈이다. 비트코인과 주식? 가치를 보고 투자를 한다면 불로소득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수 있겠다. 하지만 단기간 시세차익을 노리고 주식이나 비트코인을 샀다 파는 도박성 투자는 소득이 나의 노력의 결과에 달린 것이 아니라 운에 달린 것이므로 불로소득이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불로소득은 순전히 운으로 벌어들이는 돈이다. 내가 어떤 일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거위가 황금알을 낳는다. 정의론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이론은 롤스의 정의론인데, 그는 장막 뒤에서 우리가 정의의 법칙을 결정할 때, 우리가 아직 태어나기도 전에 정의의 원칙을 세우는 장엄하고도 비밀스런 바로 그 순간에, 우리는 어떻게 태어나게 될지 어떤 운을 가지고 태어나게 될지 전혀 알 수 없으므로 보험삼아 제일 못사는 사람도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의의 원칙 중 하나가 된다고 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운좋게 불로소득을 벌어들이게 될 지 태어나기 전에는 모른다. 태어나기 전에 우리가 이 불로소득을 어떻게 해야할지 결정하는 회의가 있었다면 나는 이렇게 운으로 얻어지는 소득은 세금을 많이 매겨 운이 나빴던 사람들을 위해 쓰자고 했을 것이다. 물론 내가 운좋게 태어난 사람이라면 억울할 수는 있겠지만 태어나기 전에는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므로 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들고자 했을 것이다. 운동장이 너무나도 기울어지지 않도록. 기회라도 공평하게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정의로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하지 않고도 벌어지는 돈이 있다면 그 돈에는 세금을 많이 매겨 공동체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얻어진 나만의 정의의 원칙은 참으로 간명하게 표현될 수 있다: 운좋게 벌어들인 소득은 운이 좋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도 쓰여야 한다. 특정 소득에 대한 세금이 정당한지를 평가할 때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 기준은 바로 운으로 벌어들인 소득인가의 여부. 다만 이 원칙은 세금이 매겨져야 하는지 그렇지 말아야하는지에 대한 답을 줄 수는 있지만 그 세금이 높아야 하는지 낮아야 하는지는 설명해주지 못한다. 하지만 운으로 결정되는 부분이 더 많은 것에 대해 세금을 상대적으로 많이 매기는 것이 이 기준에 따르는 것이라고 추론할 수는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