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태야구팬은 아니다. 오히려 야구에 관심도 없었다. 사실 야구라는 스포츠 종목은 나에게 익숙한 종목은 아니었다.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같이 쉽게 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야구 특유의 긴 경기시간이 지루했다. 고등학교 때 열심히 야자시간에 야구를 보던 친구들의 모습은 종종 기억나지만 그것이 나의 모습은 아니었다. 2019년 KBO 시즌이 시작하기 전, 나는 어느 순간 나의 야구팀을 하나 정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왜 갑자기 그런 마음을 먹은 것이었을까? 자신만의 스포츠 팀이 있는 친구들이 부럽기라도 했던 걸까? 네이버 스포츠 페이지에서 더 이상 해외축구 종목이 재미가 없어졌던 것일까? 이유가 어떠했던 간에 나의 의지는 확고했고 적당한 팀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일단 나의 고향은 서울이었으므로 서울 팀 중에서 골라보기로 했다. 현재 KBO에서 서울을 연고지로 가지고 있던 팀은 엘지와 키움, 그리고 두산이었다. 내가 아는 야구 팬들중에는 두산 팬들이 참 많았는데 그 때는 몰랐지만 젊은 층을 상대로 한 두산의 마케팅 실력과 2010년대 후반대 뛰어났던 두산의 성적이 인기가 많았던 비결이었다. 두산 팬을 할까 고민했었지만 모기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중앙대학교의 후원 기업이던 두산은 중앙대학교 학생회를 탄압하는 데 상당한 힘을 쏟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로 중앙대학교에 있던 한 단과대 학생회장의 이야기였다. 총학생회 선거 때 교내 곳곳에 스파이를 심어놓아 후보가 선거규칙을 어기는지 여부에 대해 철저히 감시하고, 조금이라도 규칙을 어기는 구석이 있으면 바로 신고하여 선거의 무산을 기도했다고 했다. 또 총학생회 선거에 나중에 두산 기업에 취업시켜준다는 조건으로 어용 후보를 선정하여 그 후보가 당선되게 했다는 소문도 있다. 물론 이것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 굳이 두산을 선택할 이유가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다. 키움 증권에 대해서는 특별한 감정은 없었지만 역시 개미들의 돈을 떼어먹는 좋지 않는 이미지가 증권사의 이미지로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올랐기에 키움도 선택하지 않았다. 결국 생각보다 좋은 일들을 많이 하고 있지만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엘지가 내 유일한 선택지로 남게 되었다. 엘지가 KBO에서 가장 많은 팬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좋았고, 요즘 성적이 침체기라는 점도 좋았다(침체기에 있는 팀을 응원하면 나중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니까).
그 때부터 엘지는 나의 팀이 되었고 선수를 하나 하나 알아갈수록 더 정이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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