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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쎄이

요즘 뭐하고 살아?

by Major Tom 2020. 6. 7.

2년 전까지만 해도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살았다. 거의 외향형 인간처럼 살았다. 내 주변에서는 요즘 MBTI 검사를 많이 하는데 그 때 MBTI를 측정했으면 아마 지금과 같은 I가 아니라 E가 나오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그렇지만 작년 1월부터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완전히 끊고 살았는데, 그냥 새로운 사람을 만날 힘도 없었지만 누굴 새롭게 만나도 그저 "아 나는 그냥 복무하고 있지"라고밖에 대답할 거리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간만에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 "요즘 뭐하고 살아?"라는 질문이 된다. 내 딴에는 그냥 휴대폰 화면을 아래로 슥 스와이프 해서 새로 정보를 불러오는 수준의 간단한 작업일 뿐이었지만, 그렇게 느끼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어제만해도 "요즘 뭐하고 살아?"라는 질문이 취업 준비를 하는 친구들이나 고시 준비들을 하는 친구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생각해보면 나도 대답할거리가 한정되어 있고 맨날 똑같기 때문에 그런 질문을 받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다. 이제 아무것도 안하고 살수있는 나이가 지났기 때문에 그런 질문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나 보다. 굳이 뭘 하지 않아도 되는, 다른 사람들이 깔아준 트랙 위에서 달리기만 하면 되는 시절에는 별로 부담스러울 것도 없는 질문일테지만 이제 뭘 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뒤로 물러나게 되는 치열한 취업전선 앞에서는 화면을 쓸어내리는 것조차 점차 뻑뻑해진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내가 이 대학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외치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든 나라는 존재를 증명해야 했던 그 치열한 시기가 대학 졸업을 앞두고 다시 다가오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을 제치고 이 앞에 왔지만 여전히 지나쳐야 하는 사람들은 많다. 내가 열심히 하고싶은 것을 마음껏 하는 동안에도 그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열심히 불을 때웠다. 이제서야 겨우 부채질을 시작한 나는 더 열심히 빛을 내기 위해 다른 사람들보다 힘이 들고 지친다. 구조를 바꿀만한 패기와 용기가 있지 않으면 차라리 구석에서 열심히 불이라도 때야할 것 같다. 물론 내가 지금 내고 있는 불꽃의 색깔이 증명에 적합한 색깔인지도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