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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쎄이/심심할때 쓰는 일기

매미소리

by Major Tom 2021. 8. 10.

매미가 엄청나게 운다. 여름마다 매미소리는 매년 듣지만 올해 매미소리는 유독 크게 들린다.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해줬다. 최근에 시골 동네로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그 곳의 매미 소리는 상대적으로 조용조용 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왜 시골에 있는 매미들의 소리가 더 작은건지 물었다. 그 친구는 시골에 있는 매미들은 경쟁할 상대가 별로 없어서 조용 조용 울어도 된다고 하더라. 매미들이 우는 이유는 짝짓기를 위한 상대를 찾기 위해서이므로 주변이 시끄럽고 경쟁 매미들이 많은 서울에서는 더 크게 우는 것이라고 하더라. 

그 얘기를 듣고 다시 듣는 매미소리는 더 이상 여름을 알리는 정겨운 소리처럼 들리지 않았다. 대신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매미소리도 유독 날카롭다. 어릴 때 문방구에서 매미 자석이라는 것을 팔았는데, 두 개의 자석을 던지면서 붙이면 찌르르르 하는 매미 소리가 났기 때문에 매미 자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 때는 그 소리가 매미 소리랑 참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매미소리가 딱 그 소리다.

매미는 왜 이기적이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짝짓기에 성공해도 죽고 짝짓기에 실패해도 죽는건 똑같은데 왜 그렇게 열심히 소리를 높여가며 울면서 생애를 보내냐는 것이다. 자식을 통해 정신적으로 생을 이어갈 수 있다는 형이상학적인 생각은 당연히 하지 않을 것이다. 매미 본인을 위한 삶을 살 순 없는 것인가? 그런데 매미 본인을 위한 삶은 어떤 삶인가? 안울고 조용히 나무에 붙어있으면 더 행복할까? 아무튼 더우니까 별 생각을 다한다. 이 더운 여름에 다른 매미들보다 목소리 더 크게 내보겠다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이 참 묘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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