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엄청나게 운다. 여름마다 매미소리는 매년 듣지만 올해 매미소리는 유독 크게 들린다.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해줬다. 최근에 시골 동네로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그 곳의 매미 소리는 상대적으로 조용조용 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왜 시골에 있는 매미들의 소리가 더 작은건지 물었다. 그 친구는 시골에 있는 매미들은 경쟁할 상대가 별로 없어서 조용 조용 울어도 된다고 하더라. 매미들이 우는 이유는 짝짓기를 위한 상대를 찾기 위해서이므로 주변이 시끄럽고 경쟁 매미들이 많은 서울에서는 더 크게 우는 것이라고 하더라.
그 얘기를 듣고 다시 듣는 매미소리는 더 이상 여름을 알리는 정겨운 소리처럼 들리지 않았다. 대신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매미소리도 유독 날카롭다. 어릴 때 문방구에서 매미 자석이라는 것을 팔았는데, 두 개의 자석을 던지면서 붙이면 찌르르르 하는 매미 소리가 났기 때문에 매미 자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 때는 그 소리가 매미 소리랑 참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매미소리가 딱 그 소리다.
매미는 왜 이기적이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짝짓기에 성공해도 죽고 짝짓기에 실패해도 죽는건 똑같은데 왜 그렇게 열심히 소리를 높여가며 울면서 생애를 보내냐는 것이다. 자식을 통해 정신적으로 생을 이어갈 수 있다는 형이상학적인 생각은 당연히 하지 않을 것이다. 매미 본인을 위한 삶을 살 순 없는 것인가? 그런데 매미 본인을 위한 삶은 어떤 삶인가? 안울고 조용히 나무에 붙어있으면 더 행복할까? 아무튼 더우니까 별 생각을 다한다. 이 더운 여름에 다른 매미들보다 목소리 더 크게 내보겠다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이 참 묘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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