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셜록현준’으로 처음 만나게 된 사람. 건축 관련 책으로 여러번 베스트셀러를 내신 적이 있기 때문에 한 번 이 사람의 책을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항상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편이기 때문에 한 때 유명했던 서적들을 몇 년이 지난 후에야 겨우 읽곤 합니다. <어디서 살 것인가>도 예전부터 기다렸는데 빌려보는 사람이 많아 이제야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2018년에 출간된 책치고 책 표지가 찢어진 것으로 보아 책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건축과 도시를 얄팍하지만 다양한 통섭적 시각으로 읽어보려고 시도해보았다 (p. 333)
책의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건축이 우리의 삶의 모습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력을 주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가 살고 싶은 공간과 건물, 장소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공간은 소통의 매개가 되어 인간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데 기여하였지만, 현대사회 특유의 단절된 건축, 공간 디자인이 사람들의 소통을 막고 있어 큰 문제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서두에서 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사회의 갈등을 줄이고 싶어하는데, 공간을 잘 디자인하는 것이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에 ’화합을 위한‘ 건축에 많은 관심을 가져오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건물 디자인, 건축이라는 저에게는 생소한 분야의 주제이지만, 책의 내용은 전혀 무겁지 않았습니다. 설명을 매우 쉽게 하셔서 이해하는 데도 전혀 어렵지 않았습니다. 책 중간 중간에 있는 삽화들을 통해 훌륭한 디자인의 예시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건축학적으로 사회적 현상을 접근하는 그 특유의 관점이 저에게 특히 새롭기 때문에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예를 들어 몽골 제국이 로마 제국과 달리 오래 존속할 수 없었던 이유로 건축학적 관점에서 대형 건축물의 부재를 이야기합니다. 또, 우리나라에서 교회가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를 ’상가교회‘로 설명합니다. 특정 부지에 건설되는 외국의 커다란 교회들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아파트 근처 상가에 쉽게 교회가 입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교회 시작 초기 비용을 줄이고 고밀도 인구 덕분에 신도들을 쉽게 모집할 수 있으며, 이러한 상가교회들 간의 무한경쟁을 통해 대형 교회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근대화가 상대적으로 늦어진 까닭을 건축 구조에서 찾기도 했습니다. 온돌 시스템을 적용한 우리나라의 집 구조의 특성상 단층의 형태로 집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단층 집은 특정 지역의 인구가 고밀도로 집적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이는 상인 계층의 번성을 막아 결과적으로 근대화로의 진입을 늦춥니다. 반면 일본은 가벼운 다다미방에 화로를 두는 형식으로 난방을 했는데, 덕분에 2층집으로도 쉽게 확장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는 특정 지역에서의 인구 고밀화를 용이하게 하였고 덕분에 상인 계층이 두텁게되어 상대적으로 일찍 근대화로의 길로 들어서게 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건축과 근대화를 연결짓는 것에서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은 것 같으나 새로운 관점에서 근대화를 설명하려고 했던 시도라는 점에서 특히 눈에 띄었던 것 같습니다.
건축에 대한 조금 더 깊은 내용에 호기심이 생기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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