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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으로 적어보는 이야기들

#짧은의견_고려대의 (조국 딸의 부정입학에 대한) 진상규명 시위

by Major Tom 2019. 8. 25.

조국의 딸이 부정입학을 했다고 한다. 현재는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고 있지만 고려대학교 학부생이었다고 한다. 한영외고에 다녔던 그녀는 아버지 친구분의 도움을 받아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가 되었다고 한다. (사실 정확한 사실은 모른다. 내가 쓰는 글이 정보전달이 아니라는 부분을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가장 첫번째로 드는 생각은 조국에 대해서 논란이 이는데 이게 조국의 가족에 관해 캐가면서까지 이루어져야 할까, 너무 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과도하게 개인의 영역에 대해 말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 부분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소매를 걷어붙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조국의 딸의 공정하지 못한 입학 행위에 대해 학교측에 답을 요구하고자 고대에서는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진상규명을 위한 촛불 집회를 열었다. 300-400명 가량 규모의 이 학내 집회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사이즈가 훨씬 컸다. 집회 준비에 처음인 미흡한 집행부, 외부인에 대한 거부(정치적으로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서), 원하지 않아도 민주당과 조국에 맞서 자한당과 함께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참여 학생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말이다..)과 같은 요인들이 집회가 제대로 이루어지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회 당일의 모습은 이런 우려들이 무색하게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학내 시위에서, 그것도 방학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급하게 조직된 이 집회에 300~400명이 모였다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숫자이다. 부정입학이라는, 20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인 '공정성'에 어긋나는 이 행위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던 것 같다. 집회의 성공여부, 집회의 타당성과 관계없이 자발적으로 자리를 만들고 사회에 목소리를 내며 아직까지도 사회에 자기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고무적이다. 개인적으로 학생회라는 활동을 거치면서 흔히 얘기하는 '학생사회의 몰락'이 학생회가 아닌 일반 학우들이 본인들의 취업과 미래에 대한 고민때문에 학생회 활동과 사회적 연대활동에 관심이 별로 없나보다 싶었지만, 어쩌면 일반 학우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와 학생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에 괴리가 있기 때문이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회가 다시 학우들의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이렇게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지는 순간들을 잘 포착해서 조직화하고 결집시켰어야했다. 만약 정치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성의를 보였어야 했다. 

이번 진상규명을 지휘하는 집행부 측에서는 최대한 고대생이 아닌 외부세력을 배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집회 현장에서도 학생증검사와 포털 사이트 인증을 하며 외부인의 접근을 최대한 차단하고자 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집행부는 집회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원치 않아서라고 했다. 물론 집회를 구성하는 측에서는 특정 정치세력에게 이용당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예를 들면 이번 고려대 집회가 자유한국당을 옹호하고 민주당과 조국에 대한 반대인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집회 참여자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과연 '비정치적'인 집회가 있는 것인가? 결국 학교 측에 진상 규명을 하라는 요구도 정치적 요구이다. 정치적 행위를 의견이 다른 사람들 간의 갈등 및 의견 조율 과정이라고 본다면 진상규명은 그 자리에 모인 300여명의 사람들이 원하는 특정한 정치적 의견이다. '정치적' 의견을 내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물론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면 좀더 순수해보이는 이미지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 포장지만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다. 왜 정당이 말하는 것은 '정치적'인 것들이고 대학생들이 말하는 것은 '비정치적'이어야 하는가? 우리는 '비정치적'이라는 단어에 집착할 필요가 전혀 없다. 개인적으로는 '정치적'이라는 것을 인정할 뿐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외부 단체들과 연대하고 사람들을 많이 끌어모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뒤에서도 말하겠지만) 단순히 조국에 대한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에 대해 지적하는 것으로까지 나아가야 더 의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국, 그리고 조국의 딸의 부정입학 문제에만 주목하고 그 부분에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특정 정당이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상대방을 깎아내리려는 정치적인 전술에 불과하다. 부정입학 문제를 진정으로 공정성 침해의 문제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조국 딸에 대한 진상규명 문제에서 더 나아가 대학 사회 전반에 대한 입시 시스템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는 것까지 나아가야 한다. 고대의 집회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더욱 뜻있게 남고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려면 사회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대학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인 대화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단순히 조국의 딸에 대한 진상규명에 그친다면 집회 참여자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정치적'인 것으로 보이는 것에 그치고 말 것이다. 

한 번의 집회만으로 그칠 지 사회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결국 다시 대학생들의 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