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라는 단어의 어원은 어디서부터 기원했던 것일까? 네이버 시사상식 사전에 따르면 꼰대의 어원은 두 가지로 전해지고 있다. 하나는 번데기의 영남 사투리인 ‘꼰데기’에서 유래되었다는 주장이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늙은이라는 의미에서 ‘꼰데기’라고 부르다가 ‘꼰대’가 되었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프랑스어로 백작을 뜻하는 콩테(comte)를 일본식으로 발음하는 과정에서 ‘꼰대’가 나왔다는 주장이 있다. 친일파들이 일본으로부터 백작, 자작과 같은 작위를 수여받으며 본인들을 ‘콩테’라고 불렀는데 이를 비꼬는 것으로 ‘꼰대’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 ‘꼰대짓’은 매국노와 같은 행위들을 뜻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에 ‘꼰대’는 갇혀있고 고리타분한 사고를 가지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 (특히 본인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경험이 적은 사람들에게)에게 ‘지적질’을 하는 사람들을 말하는 듯 하다. 어원이 어떤 경우든 간에 ‘꼰대’라는 단어는 예나 지금이나 안좋은 뜻으로 쓰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흔히 꼰대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나이나 직급을 이유로 참견하고 지적한다.
‘꼰대’는 학생회 조직을 약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인식되어왔다. 나이 많은 선배가 와서 나이와 학번을 들먹이며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학생 사회에서 종종 나타나는 일이었다. 최근에는 ‘꼰대’에 대한 경계감이 강화되면서 이전보다는 그런 유형의 꼰대가 많이 줄어든 편이지만 다른 학교 학생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전히 그런 사람들에 대한 사례가 종종 들려온다.
하지만 학생사회를 진짜로 약화시키는 것은 사실 꼰대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바로 ‘꼰대’가 되는 것을 두려워 하는 마음이다. 상대적으로 저학년인 2,3학년만 되어도 선배들은 본인이 후배들에게 꼰대라고 불릴 것을 걱정하면서 후대의 일에 대한 관여를 최소화하려고 한다. 이것은 학생회 뿐만이 아니라 동아리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나이와 학번이 권력이 되어 후배들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은 분명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그런 비판을 과하게 의식하여 실무와 조언을 맡아야 할 사람들까지 스스로 학생사회에서 떠나가게 만드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최근 학생회의 운영은 주로 1,2학년들이 맡아서 하고 있다. 회칙에 의해 3,4학년이 맡아야 하는 단과대와 과 학생회장 자리는 나갈 사람이 없어 최근에는 2,3학년까지 내려앉아있는 추세이고, 여타 실무진 또한 점차 저학년들이 맡아나가고 있다. 1,2학년들도 학생회를 충분히 잘 운영할 수 있지만 문제는 기존 학생회가 가지고 있던 노하우와 담론들이 해가 바뀔때마다 단절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물론 학생회가 젊어지는 것(?)은 꼰대의식을 두려워하는 선배들 때문만은 아니다. 취업이 힘들어지면서 학생사회에서 활동하려고 하기보다는 학업에 집중하고 취업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또 요즘의 학생사회에 남아있는 것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지 못하고 떠나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기존 학생회의 담론과 노하우들이 전달되지 못하는 것은 ‘착한 꼰대’가 되는 것조차 스스로 거부하는 선배들의 모습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전 학생회와의 연결고리를 이어줄 수 있는 선배들이 없는 것도 문제인데 그 단절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은 학생회 자료의 아카이빙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일단 아카이빙할 자료를 애초에 제대로 작성하는 학생회 그룹은 확실히 많지 않다. 가장 기본적인 자료인 회의록과 회의 보고서조차 형식을 갖추고 작성하고 있지 않다. 아카이빙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적으며 아카이빙을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잘 알지 못한다. 자료가 쌓이지 않으니 후대의 학생회들이 참고할 수 있는 자료도 많지 않고 매번 사업을 새로 진행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된다. 그렇게 진행된 사업은 더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매번 지적되었던 같은 문제가 올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계속해서 지적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나아지지 않는 학생회의 모습에 실망하는 사람들은 늘어가고 문제점 개선은 요원한 것이 된다.
학생사회가 예전보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민주화 이후 사회가 다양해지면서 목표가 다양해졌기 때문에 구심점이 없어진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지만 학생사회 내부에서도 연속성을 부여해주는 요소들이 계속해서 약화되며 학생사회의 몰락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나 또한 꼰대가 될 것이 두려워 후배에게 조언하는 것을 자주 주저한다. 이렇게 학생사회에 대한 기록을 시작하는 것도 다시 학생회가 문제점을 딛고 일어서 진정으로 학생들을 대표하는 그룹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하였다. 앞으로 여러 게시물을 통해 문제를 지적하고 내가 생각하는 해결방안을 제시해 볼 것이다. 하지만 나의 이런 생각들은 주관적인 경험에서 도출된 것이므로 참고 정도로만 생각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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