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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으로 적어보는 이야기들

#짧은후기-권리를 위한 투쟁_루돌프 폰 예링

by Major Tom 2020. 1. 21.

p.74
“권리의 참된 의의와 진정한 본질은 오랫동안 무사안일하게 향수하는 경우보다도 격정이라고 할 만한 직접적인 감정의 형식을 띠게 되는 어느 한순간에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자기 자신이 직접 또는 타인을 통해서라도 이 고통을 경험한 적이 없는 사람은 설사 법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암기한다 하더라도 권리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지성이 아니라 감정만이 이 문제에 대답할 수 있다.... 법의 힘은 연애의 힘과 마찬가지로 감정 속에 있는 것이다... 권리는 인격의 정신적 생존조건이며, 권리의 주장은 인격 자체의 정신적 자기보존이다.”

p.75
“법감정의 감수성은 모든 개인을 통틀어 동일한 것은 아니며, 각 개인, 그 계급, 그 국민이 어느 정도 권리의 의의를 자기 자신의 정신적 존재조건으로 느끼느냐에 따라서 아둔할 수도 있고, 아니면 예민할 수도 있게 된다.”

p.80
“구체적 권리는 추상적 법률로부터 생명과 힘을 부여받을 뿐만 아니라 이와 반대로 추상적 권리에 그 받은 것을 되돌려 주기도 한다. 권리의 본질은 실제로 구현됨에 있다. 그러므로 그 실천에 한번도 끼지 못했거나, 또한 그랬다 하더라도 작금 다시 실현의 기회를 잃게 되어 버린ㄹ 법규범은 더 이상 법규범이라고 지칭될 수 없다.”

‘권리를 위한 투쟁’


‘권리를 위한 투쟁’이라는 제목은 그 자체로 상당히 혁명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치 권리를 위해서 피를 흘리며 싸워나가며 지켜야 한다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예링은 (비록 책 중간에 법이 국민의 법감정에 맞지 않으면 법을 폐기해야 한다고 말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법학자이며 법이 지켜져야 한다고 믿는다. 개인적으로 그가 ‘투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외로 이 책은 얇은 두께를 가지고 있는데, 그에 비해 담고 있는 내용이 사뭇 심오하다. 책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권리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것은 인간의 의무이고 투쟁이라는 것이다. 예링은 개인적 차원에서 권리를 침해당한 사람이 침묵하는 것은 곧 권리와 연결된 개인의 인격의 침해와 같은 것이라고 본다. 인간의 물질적인 생존과 별개로 정신적인 생존에 있어 권리의 존재는 필요조건이다. 그는 권리가 없는 인간은 정신적으로 사형 선고를 당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예는 바로 노예이다. 일반 사람들에 비해 극도로 권리를 제약받는 노예는 인간이 아닌 물질로 취급된다. 권리가 있다는 것은 인간이 정신적으로 생존해 있다는 것이며 이는 곧 인격과 연결된다.

예링은 계쟁물의 이익 크기와 상관없이 손해를 보면서도 끝까지 소송을 마다하지 않는 사례를 들며 이해관계 이상으로 사람들을 ‘투쟁’으로 이끄는 요소가 바로 ‘법감정’에 있다고 보았다. 농부가 소유권을, 기사계급이 명예를, 상인들이 신용과 관계된 권리를 침해 당했을 경우 이는 곧바로 법감정을 자극한다. 이들에게 있어 이러한 권리들은 생존에 필수적이고 이런 권리들을 침해당하는 것은 존재를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끝까지 지켜나가려 하는 것이다. 권리 침해에 대한 민감성이 곧 법감정이다. 따라서 법감정의 정도를 보면 각 나라의 국민들이 무엇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는 권리를 위한 투쟁이 인격과 연결되는 치명적인 일이기 때문에 권리자의 의무라고 말한다. 또한 권리를 위한 투쟁은 사회가 법을 영위하고 살아있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한 명의 권리 포기는 법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수가 점점 늘어나게 된다면 그 권리 자체는 무용지물이되고 권리의 침해에 침묵하게 되는 사람이 많아지게 된다. 사회를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법을 살아있게 하는 것은 바로 개개인의 권리를 위한 투쟁이다. 예링의 이런 시각은 기존에 법을 바라보던 시각들(법은 특별한 노력 없이도 자연적으로 생성, 변화, 소멸하고 법의 개별적 적용보다는 법의 이론을 중시하던 입장들)과 정반대의 스탠스에서 이를 반박하고 있다.

예링은 법의 이론도 중요하지만 법의 실천성을 크게 강조한다. 법의 생명 유지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개개인의 민감한 법감정, 그리고 각각의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부터 시작한다. 개인이 민사 영역에서 권리를 지켜내는 습관이 들지 않는다면 개인의 이해관계와는 멀리 떨어져 있을 수도 있는 국가의 문제에 대해서 권리를 지켜내려는 노력을 보일리가 없다. 권리를 위한 투쟁은 개개인의 인격, 정신적 생존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사회를 위해서도 그리고 법 그 자체를 위해서도 필요불가결한 것이다.

법학 관련 서적으로 읽기 시작한 거의 첫번째 책이다. 명문들이 정말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