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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일이 다가오면서 점점 미래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사실 전역하려면 아직 11개월이나 남았지만 마음의 시간은 급하다. 벌써 2020년의 1월도 22일이나 지나갔고 하루하루 살다보면 솔직히 2020년도 정말 금방 갈 것 같다. 사회복무요원이기 때문에 시간이 빨리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냥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프로그램 진행하고 점심먹고 또 프로그램 하고 잠깐 쉬고 저녁에 퇴근하고 저녁먹고 이리저리 시간 보내다 보면 하루라는 시간은 어느새 끝나있다.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면 할수록 지나가는 시간은 주식 투자에서 사라지는 내 돈처럼 아깝게 지나가는데 그렇다고 특별히 의미있게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답답해진 요즘에는 아무에게라도 연락해서 나의 고민거리와 인생의 허탈함 등을 털어놓고 위로받고 싶지만 답도 없는 그런 고민에 대한 위로와 답변이라는 부담을 주변사람들에게 전하는 건 민폐일 것이다. 아니면 그 사람들이 나에게 적절한 대답을 줄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애초에 얘기를 안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맞다. 이게 맞는 것 같다. 내가 원하는 답은 그 누구도 나에게 줄 수 없다. 왜냐하면 내가 결정해야 하는 것이고 결국에는 내가 답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답을 찾아내야 한다는 건 너무 귀찮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학생들의 자기 결정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를 종종 듣게 되는데 요즘 더욱 공감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자기 결정권을 귀찮다고 미루는 행위에 대한 개인적 책임은 부정할 수 없지만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연습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 나의 귀차니즘을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환원시키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 그게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로스쿨에 갈거다. 변호사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왜 로스쿨에 갈 결심을 하게 되었을까? 가서 무엇을 하려고? 로스쿨은 절대로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없다. 인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 로스쿨인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고민은 이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무엇을 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가 된다. 이 고민을 계속해서 미뤄두다가는 로스쿨에 입학하고 나서도, 변호사가 되고 나서도 이 고민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대학교 1-2학년 이후로 인생에서 가장 여유로운 시간인 지금 그 고민을 마쳐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부담스럽다. 결정을 하는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 하나도 제대로 결정하지 못하는데 인생의 목표를 결정한다고? 점심시간에 편의점에 가서도 어떤 컵라면을 먹어야할지 몇 분동안 고민하는데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하지만 결정은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마치 지하철이 11자로 된 철길을 벗어나서는 굴러갈 수 없듯이 말이다.
출근길에 또 신호등과의 눈치싸움에 실패해서 아예 포기하고 천천히 걸어가며 다음에 바뀔 신호등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보이는 철길의 윗부분은 반짝반짝하다. 매일 정해진 길로만 가야하는 지하철은 수도 없이 같은 철길을 지나면서 오늘도 더 이상 반짝일 수 없는 그 철길을 한번 더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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